[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응원하는 민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경찰과 소방에 경질과 수사가 집중되면서 행정안전부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함께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의 날'을 맞은 9일 서울소방재난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최 서장과 참사 현장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응원하는 게시글이 5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최 서장의 입건과 용산소방서 압수수색 후 본부 게시판은 '응원합니다'·'힘내세요'·'감사합니다'·'국민들은 서장님 편이다'·'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등 용산소방서가 처한 상황에 대한 격려와 함께 '부당한 책임전가'·'정부는 책임전가 하지마라'·'대통령·행안부장관·서울시장·용산구청장이 책임질 일'이라며 부당함을 지적하는 게시물 일색이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7일 최 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2일과 8일 압수수색도 두 차례 진행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참사 당시 소방대응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발령하기까지 30분이 걸린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본부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뒤쪽으로 돌아가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인파가 너무 많다 보니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며 "2단계 발령은 상황실이나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발령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사고 및 재난 현장 긴급구조 지휘에 관한 조례' 제2조(정의)에 따르면 사고 및 재난 현장에서 긴급구조 업무를 지휘하는 '현장지휘관' 범위에는 관할 소방서장(자치구 긴급구조통제단장)뿐만 아니라 소방재난본부장(서울시 긴급구조통제단장)도 포함된다. 아울러 서울소방재난본부장도 2단계 발령 후 35분 후에 3단계를 발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서장에게만 책임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소방노조)는 성명을 내고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소방노조는 "최 서장은 참사가 발생하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하며 참사 예방과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돌아온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책임 묻기"라며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이 없던 참사 현장에서 용산소방서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모두 다 투입하며 마지막까지 참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일선 지휘관의 역할을 다했다"고 규탄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최 서장은 현장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이태원 파출소(119안전센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출동할 때 참사를 인지하고 지휘,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특수본이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이태원역 등 55곳을 압수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기관인 행안부와 서울시는 이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 장관은 "사퇴만이 책임은 아니다"라며 "재발방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