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를 비롯해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잿값 급등 등 대내외적 리스크들로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2023년으로 넘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년 국내증시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증시를 이끌 주도주로 반도체와 2차전기 업종을 꼽았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증시 전망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10곳(KB증권, SK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이 예상한 2023년 평균 코스피 밴드는 2028~2587포인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역실적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2023년 주도주로는 공통적으로 2차전지와 반도체를 꼽았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제고가 소진되고 ‘피크아웃’을 확인하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사적 수요 부진에 공급사들의 재고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는 올해 연말 기준 DRAM 10주, NAND 14주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다른 점은 공급사들이 즉각적인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즉각적인 공급 조절에 하반기부터 재고 소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피크아웃이 확인되며 주가의 바닥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올해 ‘혹한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재고지수는 지난 9월 237.1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초부터 지난 9일까지 KRX 반도체 지수는 37.34%나 급락했다.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는 올해들어 각각 20.82%, 31.91% 하락했다.
반도체업종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가격 메리트도 높아졌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빠르게 하락한 주가를 감안하면, 반등 시 탄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밸류 메리트가 높은 업종”이라며 “소프트웨어, 반도체, 건강관리, 디스플레이 업종은 코로나 쇼크 저점과 비견될 정도로 낮은 멀티플에서 거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들에 대한 수많은 우려가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가격이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올해 급격히 성장한 2차전지 업종의 경우 내년에도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4분기에도 호실적이 전망된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624.24% 급증한 수치다.
2차전지는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의 수혜를 입는 업종이다. 중국 배제 기조와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로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지 업체의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우호적 관계와 공급망 다변화는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며 “소재 기업은 광산 투자와 제련 사업 진출도 확대하고 있고 중국 공급망 배제 기조와 수직 계열화로 소재 수출은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2차전지와 반도체 중에선 반도체 업종이 먼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이윽택 연구원은 “주가가 이익에 선행하는 현상은 매수시점을 잡을 때 유용한데, 실적보다 주가의 저점이 먼저나오고, 그 전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먼저 저점을 만든다”며 “실적이 내려갈 때 PER이 갑자기 올라가는 신호를 진입의 기회로 보면 반도체는 매수시점이 가장 가까워진 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는 과거 이런 시점이 매수기회인 적이 많았다”며 “2차전지와 자동차는 매수시점은 지났으나, 실적의 정점이 오지 않은 2차전지는 여력은 남아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장비 기업 '원익IPS'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