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 경선 자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8일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 부원장과 공모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자금을 제공한 남욱 변호사는 불구속 기소했다.
20쪽 이내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이 대장동 개발과정에서 유착관계를 맺어 금품 제공과 선거 지원에 따른 사업상 특혜를 주고받았다고 명시했다. 또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을 준비하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대선 경선 자금으로 20억원을 요구했다고 봤다.
같은 해 4~8월에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4회에 걸쳐 총 8억4700만원을 수수했다는 점도 공소사실 요지로 적시했다.
다만 8억4700만원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선 기재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김 부원장의 불법 대선 경선 자금 수수 여부를 알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담기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금 용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계속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만큼 어떤 증거와 논리로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해나갈지 주목된다. 또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최근 이 대표와 김 부원장 등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어 이들의 진술 신빙성도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김 부원장이 공범인 유 전 본부장·정 변호사로부터 돈을 직접 건네받았다는 물증 확보는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부원장 측에서는 이 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제시할 객관적 증거들이 유동규, 남욱 등의 진술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아울러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을 사용한 용처에 대한 증거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중요하다. 이것까지 입증해야 그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설령 물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김 부원장의 유죄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입증이 상당히 탄탄하게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유죄 입증에 자신을 보이는 이유는 돈을 마련해 건넨 사람과 받은 공범들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데 기인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불법정치자금 범죄는 현금이 오간다는 특성상 공범들이 물증을 남기지 않는다"면서 "이런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 공여자와 전달자의 객관적 진술"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배달꾼' 이모씨의 메모와 가방 등도 검찰로서는 유리한 물증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김 부원장과의 공범인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중요하다. 이 점은 검찰 입장에서도 입증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김 부원장 측에서도 방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유 전 본부장 등과의 공범관계 여부 자체도 김 부원장 측으로서는 탄핵 대상이다.
김 부원장 측이 검찰 수사를 반박하고 있는 논리 중 '용처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목된다.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자금을 김 부원장이 모은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김 부원장 측에서 이 대표 선거캠프로 넘어간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해 나가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용처가 있어야만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자금법 45조는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어 불법정치자금을 받기만 해도 공여자와 수수자 모두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