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로거의 '불친절 후기' 작성 예고, 협박 아냐"

"공포심 유발할 정도 아냐…용인될 수준"

입력 : 2022-11-14 오전 10:53:42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법원이 불친절한 후기를 남기겠다는 발언은 협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김은영 판사는 지난달 10월6일 협박죄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3월 거주지 인근의 헬스장을 찾아 연간회원권 가격과 제공 서비스 등을 안내받았다. 이후 해당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가격 등이 서로 다른 점을 발견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헬스장 업주 B씨에게 이를 문의했고, B씨는 “영업장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가 계속 질문을 이어가자 B씨는 “지금 경쟁업체에서 알바하는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A씨는 “오늘 이런 식으로 응대한 것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대꾸했다.
 
실제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업주가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식으로 글을 게시했다. 이를 본 B씨는 A씨에게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B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헬스장 업주 B씨는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고 모욕으로도 볼 수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다만 협박죄에 대해서는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혐의가 있다고 보아 약식기소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A씨는 업주의 대응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행위는 업주를 당혹스럽게 하거나 다소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있겠으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김건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업주의 부당한 응대가 실제로 존재했다"라며 "그에 대한 후기를 게시하겠다고 단순히 고지한 것에 불과한데, 그러한 행위까지 형법상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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