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토요타가 지난 6월 렉서스의 UX300e로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알린데 이어 2023년 렉서스 RZ450e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린다. 특히 토요타는 지난 5월 글로벌 출시한 전기차 bZ4X가 2개월 만에 리콜을 진행하는 굴욕을 겪으면서 전기차 사업 전면 쇄신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렉서스 RZ450e는 지난 9일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완료했다. 이는 제조사가 신차 공식 출시 전 이행해야 하는 절차 중 하나다. 토요타코리아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국내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렉서스 최초의 전기차 UX300e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X의 파생 전기차 모델이다. 최대주행거리는 약 233km에 불과하고 급속충전 규격도 불편한 DC차데모다. 반면 RZ450e는 렉서스 최초의 전용 플랫폼(e-TNGA) 기반 전기차다. 4800mm에 이르는 전장과 각각 1900mm와 1640mm의 전폭, 전고를 갖췄다. 휠베이스는 2850mm에 이른다. 주행 거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1회 충전시 400km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렉서스 RZ450e.(사진=렉서스)
앞서 토요타는 첫 전기차 bZ4X가 주행 중 바퀴가 빠지는 결함으로 출시 2개월 만에 전량 리콜에 들어간 바 있다. bZ4X는 지난해 아키오 도요다 사장이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내놓겠다"는 전기차 전략을 선포한 뒤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이었다.
하지만 출시하자마자 치명적 결함이 발생했고 원인을 밝히지 못한 토요타는 결국 모든 차량을 환불 조치키로 했다.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하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토요타가 쓴맛을 본 것이다.
그동안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배터리 가격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전기차를 개발하지 않고서는 점유율 확대가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전기차 전환에 주저하는 사이 경쟁업체와의 주행거리, 충전속도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에 올인하면서 일본차 자체가 갈라파고스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미 선두그룹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술적으로 쫓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토요타는 기존 전기차 전략을 완전히 '리부팅'하는 혁신안을 가동할 방침이다. 토요타는 전기차 플랫폼 e-TNGA를 폐기하고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토요타는 전기차를 기존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과 같은 조립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e-TNGA 플랫폼을 고안해 2030년까지 연산 350만대를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현대차(005380)그룹의 E-GMP 같은 100%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전기차 투자에 대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8월 7조원을 투자해 일본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각각 짓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에서 최대 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늘려 2024~2026년 생산을 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토요타는 지난달 중국에서 bZ 시리즈 두 번째 모델인 bZ3를 공개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와 공동 개발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