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를 보고한 시간과 횟수 등을 조작해 국회에 답변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83)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이날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김 전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은 김 전 실장에게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8월19일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등 증거관계 변동에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며 "대법원판결과 동일한 이유로 무죄로 판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급법원 판단은 해당 사건에 대해 하급심을 기속하는 '기속력'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허위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라고 된 국회 답변서 부분은 실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서 부속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에 부합해 허위가 아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된 부분은 김 전 실장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답변서가 김 전 실장의 직무상 작성된 공문서에는 해당하나, 허위 내용의 문서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는 없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 이후 김 전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판단해 주신 데 경의를 표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처럼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은 그해 8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유·무선으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참사 당시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오전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고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