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때 자신의 배우자에게 휴대전화 파기를 부탁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검찰이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재판장 주진암)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 배우자 A씨의 증거인멸 사건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의 자술서를 증거로 신청했다.
해당 자술서는 유 전 본부장이 A씨에게 휴대전화 파기를 부탁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은 진술서에서 휴대전화를 특정해 버리라고 (A씨에게) 지시했다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이 증거 인멸을 자백한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그렇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증거인멸을 교사한 일이 없고, 설령 그와 같은 일이 있더라도 법리상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갑작스레 인정한 것이다.
해당 진술서를 두고 A씨측 변호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측은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를 어제 받아봐서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며 “그 부분과 관련해 검토해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A씨측은 휴대전화를 버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검찰 수사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A씨에게 휴대전화 파기를 부탁했는데 A씨가 의심 없이 이를 행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휴대전화를 지니는 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을 텐데 버리라고 했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진술서에서 유씨가 피고인을 보호하려고 하는 취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유동규의 수사 기록을 보니 자기가 구속되고 난 다음 검찰하고 딜을 하더라”라며 “핸드폰을 갖다줄 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핸드폰은 지인에게 맡겨놨다, 누군지는 말 못하겠다(고 돼 있다)”고 했다. 이어 “A씨가 핸드폰을 깨서 버렸다고 하니 유동규가 화를 냈다는데, 버린 것을 갖다 달라고 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정리해 12월15일 결심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작년 9월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 A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올해 4월 추가 기소됐다. A씨는 유씨의 휴대전화를 부순 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가 올해 6월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6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