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8㎓ 투자 인색에 뿔난 정부…사상 초유 '할당취소' 꺼내

박윤규 차관, 행정적 제재조치 꺼낸 것에 유감
LGU+·KT는 할당취소…SKT는 6개월 이용기간 단축
미국·일본도 키우는데 국내 통신사는 28㎓ 투자에 인색

입력 : 2022-11-18 오후 4:40:3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내년 11월31일 이용이 만료를 앞두고 있는 5G 28㎓ 대역에 대해 통신3사의 투자 인색함을 지적하며 사상 초유로 '할당취소'라는 행정적 제재조치를 꺼내들었다. 통신3사와 함께 3년여의 시간 동안 28㎓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지만, 사업자들의 의지 부족으로 주파수 할당조건을 채우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통신3사는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28㎓ 전파 특성 등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5G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할당 조건에 대한 이행점검 결과 브리핑에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당국자로서, 또 그동안 3년여의 시간을 통신3사와 28㎓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측면에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주파수 할당 시 3년 차까지 3.5㎓ 대역은 2만2500기지국을, 28㎓ 대역은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3.5㎓ 대역의 경우 통신3사 모두 70점 이상을 받아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8㎓ 대역은 SK텔레콤(017670) 30.5점, LG유플러스(032640) 28.9점, KT(030200) 27.3점을 획득했다. 의무수량 대비 구축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일 경우 할당 취소에 해당되며, 평가결과 점수가 70점 미만일 경우 시정명령 조치 또는 전체 이용기간의 10% 단축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와 KT에 28㎓ 할당취소 처분을, SK텔레콤은 이용기간의 10%인 6개월 단축과 함께 재할당 신청 전인 내년 5월31일까지 당초 할당조건인 1만5000 장치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할당이 취소됨을 통지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가운데)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점검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통신사가 할당받은 주파수를 정부가 전격 취소한 것은 과거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앞서 2018년 KT가 800㎒대역 10㎒ 폭을 할당받으면서 부여된 투자 조건을 지키지 않아 이용 기간이 단축된 사례는 있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006년 LG텔레콤 당시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포기하면서 할당받은 2.1㎓ 3G 주파수를 반납한 적은 있었지만, 정부 주도 아래 할당 취소가 통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기정통부는 5G 28㎓에 통신3사의 투자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차관은 "28㎓ 대역에 대해서는 주파수를 할당할 당시부터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할당 당시부터 많이 고려가 됐다"고 말했다. 투자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이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면서 최저경쟁 가격을 낮추고 망구축 의무는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할당조건을 이행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온 점도 강조했다. 그는 "5G 융합서비스 사업 등 다수의 실증·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지난해에는 28㎓ 대역을 백홀로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을 실증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지만,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국내 통신사의 의지가 낮음을 꼬집기도 했다. 박 차관은 "점차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또 미국과 일본 등 활용사례가 있는 데다 앞으로 28㎓를 하겠다는 국가가 33개국이나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실장도 "미국은 3만5000국 정도를 구축했고 연말까지 4만국 넘게 구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일본도 2만2000국 정도를 이미 구축을 했기 때문에 정책적 문제라기보다는 사업자들이 어떻게 보면 투자비를 아끼고자 하는 노력들이 크게 작용한 케이스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신3사는 정부와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유감의 뜻을 표했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할당이 취소되면 공공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 스포츠 경기장, 공공기관 등에 이미 제공중인 28㎓ 서비스의 중단으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T는 "28㎓ 전파 특성 등 현실적 한계로 인프라 조성 수준이 정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송구하며, 5G 공공망 및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속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SK텔레콤은 "정부 발표를 진지하게 받아드리며, 지속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에 대한 최종 처분을 다음달 중 청문절차를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청문절차를 거쳐 2개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할당취소되면, 과기정통부는 취소 주파수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잔여 1개 대역은 일정기간 경과 후 경쟁을 통해 공급한다. 할당 취소된 2개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는 추후 28㎓ 주파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통신사도 손들고 나간 28㎓ 사업에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진배 실장은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3.5㎓와 달리 28㎓는 핫스팟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정부도 28㎓ 활성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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