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전 세계 제약바이오 강국들이 산업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클러스터 중심의 생태계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에선 민간이 주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는 미국 보스턴, 영국 케임브리지, 스위스 바젤 등에 자리를 잡았다. 클러스터가 위치한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기업이 소재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평가된다.
클러스터는 전문인력이 상주하면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인허가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지식창출기관이다. 통상 클러스터에는 각국 기업이 입주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교류를 맺고 기술이전이나 합작투자법인 설립 등을 논의한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영국, 스위스처럼 기존 입지가 탄탄했던 곳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후발주자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나라에서도 대규모 클러스터를 마련하는 추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행한 '주요 국가별 정부주도형 바이오클러스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지난 2000년 베이징시 북서부의 하이뎬구에 중관촌생명과학단지를 출범하고 단지 안에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개 교육기관과 200여개의 국가 과학 연구소 등을 입주시켰다. 지난 9월 기준 중관촌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약 500개로 추산되며, 핵심 연구개발 기관만 20곳이 넘는다.
중국 중관촌생명과학단지 조감도(왼쪽)와 전경.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 재가공)
중관촌생명과학단지 설립 이후 중국 정부는 생물학 분야 주요 프로젝트를 맡기는 등 위상을 키웠고 2010년에는 바이오산업을 7대 신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자국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중관촌생명과학단지는 현재 바이오의약품, 유전자 검사, 진단시약 개발 등 다양한 바이오기술을 연구개발해 이를 사업화하고 있으며 특히 초기 개발단계부터 중간 테스트를 지원하고, 유망한 스타트업 육성하는 등 생명과학 분야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바이오산업 후발주자 싱가포르는 중심업무지구 인근에 자체 클러스터 바이오폴리스를 꾸렸다.
지난 2003년 출범한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는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산·학 협력 중심지로 부상해 다국적 기업을 품고 전염병 치료 신약 연구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산업"이라며 "제약바이오기업과 병원, 대학, 연구소가 단계별 협업을 위해 물리적으로 밀집된 클러스터는 시너지 창출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오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으로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인 정책 방향을 갖고 제도 및 인센티브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맺었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20여개의 제약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운영 중이다. 종류별로 나눠 보면 정부주도형과 민간주도형으로 나뉜다.
정부주도형 클러스터는 중앙 정부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연구소나 교육기관, 기업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사진=우정바이오)
민간주도형 클러스터는 비임상시험 수탁기관
우정바이오(215380)가 조성한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는 연구·시설 인프라와 사업화 지원을 주로 담당한다.
전문가가 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클러스터 발전 방향은 정부보다는 민간주도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러 분야에 특화된 클러스터를 키워내 오랜 기간 운영하려면 우량 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앵커(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이 클러스터를 주도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장기간 자생할 여력도 갖출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클러스터가 전문성을 갖고 오래 유지되려면 민간이 주도하는 클러스터에서 강점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