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생보사들, 손해보험업 대거 진출 예고

'보험가입 감소' 생보사들 기대감↑
"소액단기보험으로 고객 확보 용이"

입력 : 2022-11-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에 대한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소액 단기 보험을 취급하면 고객 확보가 더욱 용이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는 펫보험, 여행보험 취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라이선스(생명보험 또는 손해보험)와 관계 없이 상품별 특화 보험사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가 취급하던 보험상품도 생보사가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면 판매할 수 있다. 기존에는 라이선스와 교차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 채널을 분리해야 했다. 이렇게해서 세워진 곳이 교보생명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 한화손해보험이 설립에 참여한 캐롯손해보험과 같은 디지털 전문 보험사다.
 
생보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앞으로 고객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소액 단기 손해보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손보사가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생보사도 이러한 역할을 해줄 취급 상품이 생겨난다면 생명보험 상품 판매 전체를 견인해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그간 생보사들은 펫보험이나 여행보험을 취급하기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시장 확대가 가능해져 이번 제도 개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 소비자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보험을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생보사는 주력 상품이었던 종신보험,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생보사의 실적 역시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가 장기 생명보험 상품 가입을 선호하지 않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9.1%로 대폭 감소했다. 올 2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총자산은 9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총자산성장률이 1분기 -0.3%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것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30~40대 인구가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며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개인보험 성장은 구조적 한계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생보업계는 줄곧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 과제에 '보험그룹 내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가 담기게 된 것도 생보협회의 요구 때문이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생보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왔다"며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가운데 최대 관심사안이었다"고 전했다.
 
우선 생보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펫보험이다. 수익성이 낮아 손보사들이 고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상품 판매를 위한 길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펫보험을 생·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으로 분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펫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펫보험에 대한 수요도 한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기에 판매량은 높아질 것"이라며 "펫보험의 경우 생명보험 상품보다 보장 기간이 짧기 때문에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펫보험의 규모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원수보험료 기준 2018년 15억원 수준이었던 규모가 지난해 217억원 가량으로 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9000억원이었던 펫시장의 규모는 2027년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보험 취급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각종 제한 조치가 완화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5개 손보사(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메리츠화재(000060))의 해외·국내 여행자 보험 신계약 건수도 지난해 8만2500여건에서 올해 9월 29만건으로 급증했다. 생보업계는 이같은 여행보험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어, 판매를 위한 자회사 설립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생보사들은 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구체안을 마련해야 하고 손보업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생보사의 상당수가 손보사를 둔 금융그룹 내 속해 있어 손보업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생보사 관계자는 "각 회사별로 준비 정도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후에나 실질적으로 추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 공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월 3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2022 반려동물한마당' 대회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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