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칼끝이 종착지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대표가 향후 있을 검찰 소환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첫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까지 구속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장동 민간개발 이익 일부가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구속된 두 사람은 이 대표가 과거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직접 말할 정도로 신뢰를 보였던 인사들이다. 검찰도 세 사람을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했다.
검찰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이 대표를 소환해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이 대표 혐의를 확정짓는 수순도 필요하다. 이 경우, 이 대표로서는 소환에 응할지 아니면 불응할지부터 결정해야 할 국면에 내몰리게 된다. 소환에 불응한다면 정기국회 회기인 까닭에 검찰은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맞설 수 있다. 민주당이 169석의 힘으로 이를 부결시킬 경우 여권은 '이재명을 위한 방탄국회'라며 집중포화에 나설 것이 자명해 보인다.
박범계(왼쪽에서 네 번째)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부당성을 항의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소환 대응 관련해서는 당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국민적인, 당원의 뜻까지 읽어야 된다"고 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의원은 지난 10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검찰이 저렇게 막무가내인데 정해진 수순대로 나오면 피할 방법이 없다"며 "당당하게 싸워 나가야 된다"고 소환에 응해야 된다고 했다.
대책위 차원에서 아직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 당 법률위원장이자 대책위 소속의 김승원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책위에서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정 실장 구속영장 등에서 이 대표 관련해서 구체적인 내용(관련성)들이 나왔다면 그런 논의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의연하게 대처하며 민생을 챙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위기 극복에 써야 될 국가 역량을 야당 파괴에 허비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당내 일부에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왔다. 특히 당 차원에서 김용·정진상 개인 비리 혐의를 방어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당사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등 '검찰 대 민주당' 구도가 짜인 만큼 아직 이 대표와 선 긋는 분위기는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를 대신할 구심점 또한 부재한 게 사실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 왼팔과 오른팔이 모두 구속된 가운데 민주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했다.
유동규(왼쪽)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대장동 개발 건으로 구속됐던 남욱 변호사는 21일 0시를 기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25일 0시 같은 사유로 석방된다. 앞서 지난달 20일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까지, 대장동 의혹 관련 핵심 인물들이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미 이 대표는 석방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유 전 본부장으로 인해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이 대표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며 그간의 입장을 뒤집고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여기에 앞으로 남 변호사와 김씨까지 폭로전에 가세한다면 당사자인 이 대표의 부담은 한층 늘어나게 된다.
당장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비리 의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 당시)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2015년 2월부터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 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김만배씨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이를 번복해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