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이어 정진상까지 구속…검찰, '이재명 정조준'

정 실장 "증자살인·삼인성호" 주장했지만 구속
유동규 전 본부장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김 부원장 수사팀 '대선 경선자금 용처' 수사중
정 실장 수사팀, '천화동인 1호 그분' 실체 추적
'성남FC 의혹' 수사 줄기도 정 실장 너머 이 대표 겨냥

입력 : 2022-11-19 오전 4:07:24
[뉴스토마토 박효선·최기철 기자]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의 신병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부패방지법 위반 △부정처사 후 수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증거인멸 교사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실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마친 결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총 1억4000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에 해당하는 배당(세후 428억원)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와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지난해 9월29일에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 실장은 전날 오후 1시30분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현 검찰 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 삼인성호"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찰 정권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2시부터 10시10분까지 8시간10분 동안 검찰과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역대 최장 심문 시간을 기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 심문에 필적하는 혈투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 실장 변호인단도 오후 10시30분쯤 정 실장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물증 없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만을 의존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한 뒤 "검찰은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통과의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며 정 실장을 옹호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 의혹 재판을 전날 오후 6시쯤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정 실장이) 증자살인·삼인성호 이야기를 했는데 스스로 부끄러움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6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구속한 검찰은 이제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 부원장을 구속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김 부원장에 대한 공소유지와 함께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중 1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부원장에게 건넨 8억4700여만원의 대선 경선자금 용처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와 투트랙으로 정 실장을 수사 중인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이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 등 민간사업자에게 대장동 개발 수익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이 대표의 직접적인 연관성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천화동인1호 그분'의 실체도 포함된다.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앞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천화동인 1호 그분'으로 유 전 본부장과 정 실장, 김 부원장 등 3명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정 실장이 2014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건네받았다는 5000만원이 당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본회의가 끝난 뒤 검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가 들여다 보고 있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정 실장을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지만 그 끝에는 역시 이 대표가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7년 두산건설, NH농협은행 성남시지부, 네이버, 분당차병원,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기업 등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받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소환 조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이 정 실장의 구속기간을 갱신할 경우 이날부터 총 20일 동안 정 실장을 구속수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인 12월 초순쯤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효선·최기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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