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SNS에서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라는 릴레이 게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와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공동체’로 묶어 공범으로 처벌하려 하자, 단일대오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다’라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였다. 당시 회의에서 임선숙 최고위원은 “정치검찰은 이 대표의 핵심 측근들을 억지 범죄자로 만들고 이 대표를 얽어매려고 이른바 ‘정치공동체’라는 덫을 만들고 이 대표에게 사법리스크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무슨 혐의가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 당대표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심어주고 내부 분열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검찰의 조작수사와 프레임 씌우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용감하게 질문하고 맞서야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힘을 합쳐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차례가 지났음에도 다시 마이크를 켜고 “검찰이 이 대표와 그들을 '정치공동체'라고 하는데, 저도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라며 “여기 최고위원들, 당원들 다 정치공동체”라고 했다. 이 회의를 계기로 SNS 상에서는 연대의 의미를 담은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다’라는 릴레이 운동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다’라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SNS캡쳐)
‘정치공동체’라는 표현은 검찰로부터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지난 9일 정 실장에 대한 주거지·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영장에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공동체라고 해서 마치 공범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이 대표를 기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 목표를 같이 하면 정치 공동체라는 식으로 검찰이 말을 만들어서 이 대표를 유죄의 프레임 안에 가둬 두도록 하는 술법"이라고 규정했다. 당에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도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돈을 줬다는 물증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비법률적 용어를 통해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강력한 흠집내기”라고 해석했다.
검찰이 법률 용어가 아닌 정치공동체라는 단어를 적시한 배경에는 ‘공범’을 고리로 유죄 판단을 이끌어낸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다뤘던 특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묶었다. 그 결과 “비공무원도 공무원과 일체가 되어 범죄 행위를 저지르려는 공모 의사(공동가공의 의사)를 갖고 범행에서 역할을 기능적으로 분담(기능적 행위지배)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했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뇌물수수죄는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특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층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례처럼 검찰이 ‘공범’을 고리로 이 대표를 처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나도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라고 릴레이 운동을 통해 단일대오로 맞서겠다는 항전 의사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와는 별도로 반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 전체에 전이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1일 “유무죄를 떠나서 이 일과 관련해 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해영 전 의원은 지난 22일 SNS를 통해 “지금 민주당에는 손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솥이 뒤집어졌으면 솥 안의 막힌 것들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이 말한 ‘솥’은 고대 중국에선 왕조만 소유할 수 있는 제사용 제기로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물이다. 왕조, 권력이 바뀌었을 때 ‘솥이 뒤집어졌다’는 식의 표현이 사용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3일 이들을 향해 “(검찰이) 현재 (민주당을)쳐 나가고 있다”며 “문재인 용공, 이재명 비리, 이런 걸로 나가고 있는데 ‘나 잡아가시오’하고 기다려야 하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단합, 단결해서 싸웠던 (전통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