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10명 중 6명이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해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신중하게 사태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응답은 33.8%에 그쳤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 현장에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없었으며, 참사 이후에는 경찰과 소방 일선에 '책임'을 지우는 등 정부가 강조했던 무한책임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거취를 놓고도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가 먼저라는 정부여당에 야당은 국정조사와 이 장관 해임으로 맞섰다.
2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6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3%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 동안 정부 대응에 대해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3.8%는 "신중하게 사태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7.0%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정부가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응답이 월등히 높았다. 민주당의 세대별 기반이기도 한 40대에서는 부정평가 응답이 70%에 달했다. 20대 '사태 수습 매진' 29.3%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3.1%, 30대 '사태 수습 매진' 33.7%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1.5%, 40대 '사태 수습 매진' 24.7%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70.1%, 50대 '사태 수습 매진' 30.1%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5.1%였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의 경우, '사태 수습 매진' 44.2%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45.5%로 두 의견이 팽팽했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태원 참사 후 한 달 동안 "정부가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서울 '사태 수습 매진' 42.4%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50.3%, 경기·인천 '사태 수습 매진' 30.7%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3.8%, 대전·충청·세종 '사태 수습 매진' 34.1%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0.4%, 광주·전라 '사태 수습 매진' 23.0%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70.0%, 강원·제주 '사태 수습 매진' 22.4%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7.1%로 조사됐다. 특히 보수진영이 강세를 보이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사태 수습 매진' 30.2%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4.1%로 나타나며 정부 대응을 강하게 질책했다. 반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는 '사태 수습 매진' 47.9%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39.0%로, 정부 대응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와 국화꽃 등이 비닐에 덮여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 60% 이상이 정부 대응을 못마땅하게 봤다. 중도층 '사태 수습 매진' 29.6%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60.4%였다. 보수층 '사태 수습 매진' 66.0%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24.8%, 진보층 '사태 수습 매진' 10.3%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87.5%로, 진영별로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사태 수습 매진' 81.8%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8.6%, 민주당 지지층 '사태 수습 매진' 3.6% 대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94.5%로, 평가가 엇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37명이며, 응답률은 3.6%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