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서울교통공사 노사에 이어 철도노조와 코레일도 파업 직전 타결로 지하철과 철도 모든 노선 정상 운행 중이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임금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갈등이라, 후속 조치에 진전이 없을 경우 갈등 불씨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이날 새벽 임금·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오후 11시50분부터 시작된 교섭은 파업을 불과 몇 시간 앞둔 4시30분쯤 해결됐다. 코레일은 기차뿐 아니라 서울 지하철 1·3·4호선을 서울교통공사와 공동 운영하고 있던 터라, 파업이 진행될 경우 시민 불편이 예상됐었지만 현재는 정상 운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를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30일 6년 만에 파업을 강행했다. 서울시와 사측이 1만3000명의 비상수송 인력을 투입해 출근 대란은 막았으나, 퇴근 시간 운행에 차질이 생기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 지하철이 파업할 당시 여론은 현재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가 벌이고 있는 파업에 이어 '정치 파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막판 협상이 이뤄지고 있던 서울교통공사 노사 교섭에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치 파업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퇴근 시간에 일부 지하철 노선은 승객이 심각하게 몰리는 사태가 발생하며 이태원 참사가 환기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서울 지하철 노사는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익일 새벽 첫차부터 정상운행을 시작했다. 철도 노조도 이를 의식한 듯 새벽까지 막판 협상 끝에 파업을 막았다.
그러나 갈등 일단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우려가 나온다. 두 노조 모두 내년도 임금 인상에 협상하며 타결했다곤 하나, 당장 실행력이 있는 사안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협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내년도 임금을 지난해 대비 1.4%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하며 타결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공사 노조가 파업의 이유로 가장 전면에 내세웠던 현안은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다.
공사 노사는 지난해 9월에도 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두고 갈등을 겪다가 파업 몇 시간 전에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정난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 않겠다고 노사가 협의했지만, 인력 규모는 서울시에 달린 상태라 최종 타결보다는 보류에 가까운 결정으로 간주된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인력 충원에 대한 노조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밝혔고 노조는 "지난해 체결된 노사특별합의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세부적인 협상 여지가 남아있음을 암시했다.
철도노조도 임금에 대해 기재부와 3년에 걸친 해결을 하자고 한 상태라 실질적으로 큰 해결점를 찾은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철도노조는 △임금 월 18만7000원 정액 인상 △승진 포인트제 도입 △법원 통상임금 지급 판결로 늘어나는 급여의 인건비 포함 배제 △노사합의에 따른 성과급 지급기준 현행 유지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해 왔다.
이에 사측은 이날 새벽 사측이 의왕 오봉역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열차를 분리하거나 결합하는 '입환 업무'를 2인 1조가 아닌 3인 1조로 작업하도록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극적 타결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준법투쟁(태업)의 여파로 시민 불편이 컸고, 앞서 진행된 서울 지하철 파업으로 인해 열차 내 극심한 혼잡도가 생겼던 점이 철도노조의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 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이었던 법원의 통상임금 지급 판결로 늘어나는 급여의 인건비 포함 배제 문제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년간 단계적 해소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앞서 사측인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올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인건비 지침 범위인 1.4%를 넘길 수 없다며 맞선 상황이라, 해소방안 마련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사 잠정 합의안의 타결 여부는 조합원 인준 투표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노사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한 2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열차가 정상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