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파산 보호를 신청한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계열사 간 거액이 거래된 경위를 모르겠다며 고의적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바하마 올버니의 거처에서 매체 인터뷰를 통해 FTX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로 빠져나간 경위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 초기 FTX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일부 FTX 고객들이 FTX에 자금을 입금하기 위해 알라메다의 은행 계좌로 돈을 보냈으나, 해당 자금이 현재 모두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FTX 이용자들이 알라메다 계좌에 입금한 돈은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먼-프리드는 "그 돈은 알라메다로 송금됐고,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나도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는 서로 대체가 가능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이 추적할 수 있는 1달러 지폐와 같은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FTX는 계열사 알라메다의 재정 부실설로 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가 발생하자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으며 지난달 11일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미국 경찰은 FTX의 금융 범죄 가능성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외신들은 지난달 14일 샘 뱅크먼-프리드 전 CEO가 계열사 알라메다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FTX 고객 자금 100억달러 상당을 몰래 빌려줬다고 앞다퉈 보도했으며 당시 WSJ은 뱅크먼-프리드 CEO를 포함해 양사 최고위 임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자신은 이미 알라메다 경영에서 손을 뗐으며 계열사 내부 사정에는 밝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WSJ은 그가 알라메다 지분의 90%를 소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부 시스템 결함으로 FTX에서 이뤄진 알라메다 거래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체는 뱅크먼-프리드 전 CEO의 인터뷰 발언을 토대로 알라메다에 흘러간 FTX 고객 자금이 FTX와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에 중복으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WSJ은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와 마찬가지로 뱅크먼-프리드 전 CEO가 자신이 고의로 고객 자금을 유용했다거나 사기를 저질렀다는 등의 의혹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