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100억도 부족하다는 부자들의 갈망

입력 : 2022-12-06 오전 6:30:00
‘2022 한국 부자 보고서’가 나왔다. 매년 이맘때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행하는 이 보고서엔 우리나라 자산가들의 상황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나올 때마다 자세히 보곤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정의하는 부자의 기준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들이다. 나는 서울 강남이든 지방 어디가 됐든, 내가 살 집 한 채가 있고 그 집을 뺀 나머지 자산이 10억원을 넘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 KB 경영연구소의 정의에는 투자 목적의 부동산 자산이 통째로 빠졌으니 기자가 기준으로 삼은 부자보다 훨씬 더 부자일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말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882조원이며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한국 가계 전체가 보유한 금융자산 4924조원의 58.5%에 달하는 금액을 전체 인구의 0.82%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인구 대비 부자의 비중은 0.06%포인트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부자가 된 사람이 늘었다니 좋은 일인데 부의 집중을 새삼 확인하고 보니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자산을 집계한 기준이 작년 말이므로 현재 부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다를 것이다. 올 한 해 주식시장도 안 좋았고 부동산시장도 하락 중이니까 아마도 올해 말 기준으로 집계할 부자의 숫자는 이보다 조금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자산 규모는 작년말 기준이지만 보고서 작성의 토대가 된 부자 대상 설문조사는 올해 6월1일부터 7월19일까지 이뤄졌으니 그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엔 올해의 것이 담겼을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한 내용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부자들은 어디에 관심이 있느냐는 것이다. 부를 이룬 사람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테니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부동산이다. 이들에게 향후 1년 정도 자산을 굴릴 수단을 물었더니 예·적금이란 대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3년 정도 중장기로 투자할 자산은 거주용 외 주택(43.0%), 주거용 부동산(39.5%), 빌딩·상가(38.0%), 토지·임야(35.8%) 등 부동산 일색이었다. 주식(31.0%)은 땅보다 적었다. 
 
새롭게 부자가 된, 즉 올해 막 10억원을 넘긴 신흥 부자 7만8000명도 부의 원천이 근로소득(32.2%) 다음으로 부동산투자(26.4%), 상속·증여(20.7%)로 꼽아 부동산의 영향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1년 전 주식을 꼽은 비중이 높아졌던 것은 그때뿐이었던 모양이다. 주식, 부동산 모두 약세인데 그래도 이들에겐 부동산인 것 같다. 
 
두 번째 주목한 부분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다. 금융자산 1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면 객관적으로 부자라 할 수 있다. 한국 가계자산통계에 따르면 금융, 부동산 모두 합쳐서 대출을 뺀 순자산 기준 11억원이면 상위 10% 안에 든다. 
 
하지만, 부자들의 눈높이는 총자산 100억원에 맞춰져 있었다. 총자산 50억원 미만인 부자들 중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1.6%에 불과했다. 50억~100억원 정도 돼야 55.9%가 자신이 부자라고 응답했고, 100억원 이상 가졌는데도 76.2%만 부자라고 했다니 도대체 얼마여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일까? 
 
끝없는 갈망이 그들을 부자로 만들었겠지만, 답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 사는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도준이 아니고서야 스스로 만족할 만한 부를 이룰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밑 빠진 욕망의 항아리를 채우는 목표는 일단 접어두고 돈 말고 행복지수를 높일 다른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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