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원평가에 성희롱 내용 기재 논란…교육부 "필터링 개선"

세종시 한 고등학교 교원평가에 성희롱적 내용 담겨
교원단체 "교원평가, 성희롱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락"
교육부 "필터링 시스템 완벽히 적용 안 돼…개선책 마련"

입력 : 2022-12-05 오후 5:51:5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일부 고등학생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서술형 문항에 성희롱적인 내용을 남겼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폐지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필터링 시스템을 점검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교원단체들에 따르면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몇몇 학생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에 교사를 상대로 성희롱적인 내용을 기재했다.
 
피해 교사는 학교에 성희롱적인 내용을 적은 학생의 자수 기회 제공 등에 대해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교육청도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익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해 학생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지난 2010년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 전문성을 진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매년 교원들의 학습·생활지도 등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를 익명으로 객관식·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조사한다. 올해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교사에 대한 성희롱과 욕설을 자유 서술식 문항에 적는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해당 사건을 두고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그동안 많은 교사가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인격 모욕·성희롱을 당해왔다"며 "교육부 의도와 다르게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사들에게 열패감과 모욕감만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가해자를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로 고발하라"면서 "교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없는 무책임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자유 서술식 문항은 교사들에게 성희롱·인권 침해·모욕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즉각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현재의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인상 평가'·'인기 평가'·'모욕 평가'로 전락해 당초 취지인 전문성 신장은커녕 교권·인권 침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면서 "존재 의미가 무색한데도 관행처럼 되풀이하며 부작용만 초래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이제 용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서술형 문항에 필터링 시스템을 적용해 교사에 대한 부적절한 답변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서술형 문항에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되면 답변 전체를 해당 교사에게 전달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필터링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글자 사이에 숫자 등을 넣어 욕설이나 비하 표현을 쓸 경우 일일이 걸러낼 수 없어 교사들의 피해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없는 만큼 필터링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알아보니 필터링 시스템이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았다"며 "세종시교육청 외 다른 시·도교육청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논의해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공론화 SNS 계정이 공개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성희롱 피해 사례.(사진 =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공론화 트위터 캡처)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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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