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3월 신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교사가 학생들의 정신·마음 건강 상태를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는 진단 검사가 도입됩니다.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치유·회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경쟁 교육과 승자 독식의 사회 구조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교사 판단 시 언제든 검사 실시…전문기관과 연계되도록 지원
교육부는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기 학생 선별 검사 도구 '마음 EASY 검사'를 도입한다고 3일 밝혔습니다. 정신 건강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치유와 회복을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검사는 교사가 수업 등의 시간에 학생을 관찰하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시할 수 있습니다. 정서·불안, 대인 관계·사회성, 심리 외상(트라우마), 학교 적응 등 다양한 영역의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36개 문항으로 학생이 검사 문항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 학부모가 검사를 대신 합니다. 중·고등학생은 본인이 직접 검사하게 되며 총 37개 문항입니다. 검사 결과 '요주의'가 나오면 교사는 해당 학생이 전문기관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4~5월에 시행하는 '정서·행동 특성 검사' 도구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정신 건강 전문가를 통해 현행 검사 도구의 신뢰도·타당도를 검증·보완한 뒤 내년에 학교 현장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학부모가 검사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한편 우편으로만 발송하던 결과지를 온라인에서 조회·확인할 수 있도록 바꿉니다.
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거나 비용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정신 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서비스'를 확대하고, 진료·치료비 지원 사업의 인력과 예산도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스스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마음 챙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합니다.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기 학생 선별 검사 도구 '마음 EASY 검사'를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사진 = 장성환 기자)
"무한 경쟁·승자 독식 사회 구조 개선하는 게 더 중요"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정신·마음 건강을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면서도 정부가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학생들의 주요 스트레스가 학업 문제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쟁 교육 체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만 이야기하는 등 우리 사회가 너무 학력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색깔을 찾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검사와 치료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경쟁 교육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승자 독식의 사회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무한 경쟁의 승자 독식 구조라 여기에서 살아남고자 좀 더 좋은 대학·회사에 가려고 애쓰다 보니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정신·마음 건강을 챙김과 동시에 사회 체제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경쟁 교육과 승자 독식의 사회 구조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국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