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5%대를 기록하면서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이 늘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으나 각 대학들이 재정 상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어 등록금 동결 기조를 지키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1~2%대 그치던 인상 한도, 지난해 4%대로 뛰어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작년 4.05%보다 1.59%p 오른 5.64%로 해당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됩니다.
재작년까지는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 대학들의 재정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1~2%대에 그쳐 굳이 정부 기조를 어길 요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대를 유지하던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작년에 4%대로 껑충 뛴 것입니다. 그러자 전국 대학 328곳 가운데 35곳이 작년에 학부생 등록금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상 폭이 커진 만큼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해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7%가 '2024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 작년 초 동아대가 등록금을 3.95% 올리자 수입이 50억원가량 늘어났으나 이로 인해 받지 못한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 금액은 20억여원에 머물렀습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한계가 있다 보니 대학이 망하지 않으려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인상을 막으려면 국고 지원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처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오는 방식은 교육 주체 간 갈등만 일으키는 만큼 독자적인 고등교육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5%대를 기록하면서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이 늘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정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 유지하지만 대학 얼마나 따를지 미지수
정부는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난이 심화된 대학들이 얼마나 따를지는 미지수입니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장학금Ⅱ' 유형 예산을 작년에 비해 500억원 증액한 3500억원으로 편성하고, 지난해에 신설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통한 각종 사업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서울대와 연세대가 일찌감치 올해 학부생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으나 서울대는 상징성이 큰 국립대이고, 연세대는 이미 등록금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모든 대학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정부 방침과 교육기관이라는 사회적 시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갑자기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점차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로 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5%대를 기록하면서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이 늘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