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서도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나섰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오늘 2차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한 총리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오늘로 15일째 계속되고 있고, 명분 없는 집단 운송거부가 장기화함에 따라 우리 산업과 경제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류가 멈추면 우리 산업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와 민생으로 되돌아온다"며 "화물 운송 거부로 공장은 재고가 쌓여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출하 차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48%에 불과한 수준으로 대부분의 육송 출하가 중단되며 약 1조3000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석유화학제품 역시 평시 대비 겨우 20% 수준으로 출하되면서 1조3000억원 규모의 출하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 총리는 "수출을 하고자 해도 항만으로 실어 나를 물류가 막혔다"며 "특히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곧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전방산업으로 확대돼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출하차질이 지속될 경우 이번 주말부터는 생산차질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시 국무회의 직후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집단운송거부 장기화 시 최악의 경우철강분야는 제철소의 심장인고로의 가동 지장까지도 우려되며 석유화학은 공장가동을 멈출 경우 재가동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소요되어 막대한 생산차질 등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의 피해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수요산업의 생산차질로 번져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상황의 시급성을 감안해 당장 이날부터 운송현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착수하고 업무개시명령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과 동일하게,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운행정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화물연대에 즉각적인 업무복귀를 요구하는 동시에 타협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부총리는 "화물연대는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불법행위를 멈추라"며 "정부는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 하에 국민경제에 부담과 혼란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배후 세력에 대해서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명분 없는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하루빨리 운송 업무에 복귀하여 국가 경제의 정상화, 민생 살리기에 동참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화물연대의 자발적 복귀를 더 기다리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엄중하다"며 "이에 정부는 추가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역시 화물연대를 향해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정당성 없는 집단 행위의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8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인 지난 6월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선재가 적재공간 포화로 도로에 쌓여 있는 모습.(사진=포항제철소)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