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보고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 결과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로써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인 민주당은 9일 단독 표결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제 공은 거부권을 쥔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지난달 30일 박홍근 외 168인으로부터 국무위원 행안부 장관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발의됐다"고 보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무위원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위원은 이 안건이 국회법에 따라 심의될 수 있도록 의사일정을 협의 바란다"고 여야 원내대표에게 요청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보고 및 각종 법안을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지 9일 만에 단독 처리 기회를 잡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169석 제1당인 민주당 단독의 힘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애초 민주당은 법안 발의 이후 지난 1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이튿날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김 의장에게 강하게 요청했고, 이에 김 의장은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회의 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안 발의 후 첫 번째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 보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김 의장은 2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 주어진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8일과 9일 양일간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애초 정기국회 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동시 처리를 목표로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9일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점을 생각할 때 두 안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했다.
결국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고 두 안 가운데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다만 해임건의안을 추진한 후 윤 대통령이 거부할 시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했다.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법안이 사장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논란을 외교참사로 규정,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뒤 단독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상민 장관 문책은 진상규명의 출발점이자 국정조사의 대전제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며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피맺힌 절규"라고 강조한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국정조사를 하고,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순서로 합의된 바 있다"며 "그대로 하면 다 될 텐데 무엇이 급한지 미리 책임을 묻고 희생양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여부에 따라 지난달 말 시작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를 '국조 파기'로 규정하고 이를 처리하면 국조 위원 사퇴까지 시사했었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7일 끝나는 국조특위가 사실상 공전을 거듭해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