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역사과 연구진 "수정 심의안 폐기하라"

"교육부, 수정 심의안에 한국사 전근대사 성취 기준 추가"
"연구진과 협의 없이 일방적…역사상 전례 없는 일"
"'내용 적정화·중복 해소' 교육과정 개발 방향과도 안 맞아"

입력 : 2022-12-09 오후 5:15:5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과 시안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이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상정한 심의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사과 연구진은 9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지난 6일 국교위 심의안에 고등학교 한국사 성취 기준 3개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며 "연구진과 협의 없이 성취 기준을 일방적으로 추가한 것은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적인 논의 절차 없이 성취 기준을 추가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행위로 교육과정 개정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한다"면서 "비밀리에 진행한 수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교위 회의에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안을 상정했다고 밝히면서 고등학교 한국사에 전근대사 성취 기준을 기존 6개에서 고대·고려·조선 3개를 추가해 9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부터 29일까지의 행정예고 기간 동안 역사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나온 고등학교 한국사 전근대사 비중 확대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역사과 연구진은 "연구진이 개발한 교육과정은 개별 연구진의 의견이 아니라 지난 1년간 20여 명의 연구진과 140여 명의 역사학자·역사교육학자·역사교사가 검토진으로 참여해 만든 교육과정"이라며 "성취 기준 3개가 추가되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 방향으로 강조한 '내용 적정화와 중복 해소'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걸쳐 2년간 연계해 배우도록 중학교 역사는 전근대사 중심, 고등학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의 심의안대로 수정될 경우 고등학교 한국사에 전근대사 비중이 늘어나면서 학습량이 방대해지고 역사를 2년간 연계해 배우는 체계 자체가 파괴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달 '자유민주주의' 표현과 관련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행정예고안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명확한 해명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시안 수정을 강행했다"면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지금의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교육부는 밀실 수정한 역사과 교육과정 심의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안이 국교위에서 의결되면 교육부 장관은 오는 31일까지 확정·고시하게 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과 시안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이 9일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에 상정한 심의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역사 관련 자습서를 고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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