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에 따라 오는 15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예산안 처리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를 두고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 시한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에 관해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민주당이 전혀 양보할 태도가 아니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회의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슈퍼 대기업 감세는 전략상 양보할 수 없고 당의 정체성 이념과 관련된 문제라고 규정하고 나니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인세 1~2%씩 낮춘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에 법인세를 3% 올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당의 정체성'이라는 말은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가 낮아지면 그 이익은 그 법인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 개미(투자자)들, 종업원들에게 돌아간다. 재벌 한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며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서 1조8000억원을 삭감하는 수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새 정부 중요 사업들을 전혀 못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게 제1야당의 진짜 모습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난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서민감세안'을 겨냥해 "꾸준히 세금 올리고 세금 깎자는 요구는 안 들어주더니 세금 낮추는 거 갖고 서민감세라고 떠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면서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뜨리고 치료해주면서 마치 선행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진배없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국민감세'는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 대신 중산층과 서민들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라고 강조, "대통령이 한쪽으로는 예산안 협상을 가로막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극소수 초부자들에만 편중된 감세 특혜를 철회해야 한다"며 "3일도 채 남지 않은 시한에도 정부·여당이 여전히 특권예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예산만 고집한다면 민주당은 수정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협상 내내 윤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라며 "이럴 바엔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협상해 담판짓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고도 열흘 넘게 여야간 타결을 보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제 개편으로 국민의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각 부처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내년 상반기 중 조기에 집행되도록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