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최근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촉구 공동 성명문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투협회가 증권사들 동의 없이 공동 성명문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나재철 회장이 이달 임기가 만료되면서 레임덕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업적을 쌓기 위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투세 도입 유예 필요성을 국회에 호소하는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도입 여부가 미정인 상황에 급박하게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금투세는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2일을 넘기고 정기국회 시한인 9일을 넘겼다. 여아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일인 15일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금투협이 공동 성명문을 발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2015년 당시 황영기 금투협회장 이후 최근까지 8년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금투협이 당국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을 의식한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증권사에게 직접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동 성명서'를 냈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 유예에 관한 공동 성명서 발표에 관해 회사 내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며 "금투협에서 공동성명서를 증권사 이름을 달아 낸 것도 드문일인데, 아마도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 구체적인 명단도 없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증권사에 문의를 하고 내야지 임의대로 넣는 게 어딨냐며 이거는 사실상 징계감 아니냐"며 "레임덕을 겪고 있는 나 회장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에서도 공동성명문 발표에 대해 전체 증권사들 대표를 직접 만났거나, 전화를 하는 등 조치를 통해 준비된 게 아니라고 시인했다.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 부분들을 금투협과 증권사 31곳으로 확대, 증권업계 전체 견해를 받은 것으로 자칫 오인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간담회를 공식적으로 한 건 아니고 저희가 연락망은 다 있다"며 "종전부터 말씀을 주셔서 들어간 부분도 있고 추가로 연락을 드려서 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 이름을 직접적으로 명기는 못하겠지만 (금투세 유예)이 부분에 대해 너무한다고 토로를 하셔가지고 익명성으로 하자 이런 말씀들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난 번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간담회 했을 때 다들 지령을 받아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권에 한정해 금투세 유예 공동성명서를 낸 이유에 대해서는 증권업이 원천징수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직접적 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사모펀드업계가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준비하면서 금투협의 역할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금투협에서 열린 운용업계 간담회에서는 금융당국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협회장에 대한 불만이 현장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운용사들은 금투세 도입 관련해서 이슈가 좀 작다"며 "반발을 하시는 부분은 있는데 증권사의 경우엔 원천징수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직접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천징수 의무자가 되는 쪽으로 정리를 하게 된 이유는 시스템을 연말까지 마련해야 되는 부담감이 엄청나다"며 "이게 계속 늦춰지니 문제가 되고 있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투협은 6대 협회장 선거를 위한 숏리스트를 확정 짓고, 오는 23일 선거를 통해 협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신임 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