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월드컵 특수에도…웃을 수만 없는 수제맥주

12월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 두 자릿수
질적 성장은 글쎄…수제맥주 업체 수익성 악화

입력 : 2022-12-13 오후 3:35:42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수제맥주.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주류 매출이 급증하는 연말 성수기가 시작됐음에도 수제맥주업계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다. 연말과 월드컵 특수로 수제맥주 수요가 늘었지만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탓이다. 특히 패키지만 강조한 협업 제품들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범람하면서 소비자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것도 수제맥주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13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2014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16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수제맥주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CU의 올해 1월부터 12월 12일까지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8% 신장했다.
 
특히 이번 달에는 연말과 월드컵 특수로 수제맥주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CU의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72.2%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GS25의 수제맥주 매출은 172.8% 늘었다. 이 기간 세븐일레븐의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15%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말과 월드컵 특수로 수제맥주 수요는 증가했음에도 수제맥주업계는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판매는 늘어나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등 질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 못한 탓이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수제맥주. (사진=뉴시스)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은 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35.6% 줄어든 56억원을 기록했다. 제주맥주(276730)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은 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같은 기간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영업손실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수제맥주를 향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특색있는 맥주 대신 패키지와 이름 등만을 강조한 협업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범람한 탓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약 100개에 가까운 수제맥주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지난 5월 열린 ‘제주맥주 브루잉 데이 2022’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의 대다수가 맥주와 무관한 브랜드의 굿즈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며 “맥주의 본질은 사라졌고 맥주 굿즈만 남았다. 다른 브랜드를 입힌 것 이외에 어떤 새로움, 지속성도 없었다”면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되는 이른바 ‘굿즈 맥주’에 대해 작심 비판을 한 것도 이와 맥이 같다.
 
수제맥주업계는 수제맥주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의 기둥이 되는 작고 영세한 수제맥주 양조업체부터 살려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규제가 풀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최소한 작은 브루어리들이 조금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작은 브루어리들에게만 온라인 판매 등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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