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3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충남권 민심을 챙기기 위해 천안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시장에는 상인과 지지자, 시민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20대 대통령선거 현장이 다시 펼쳐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30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슈퍼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며 국회 예산안 처리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장외로 나서 대국민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대표는 "강자들이 약자를 함부로 잡아먹고, 다수의 약자가 고통받지 않게 하는 것"을 정부의 역할로 규정하면서 윤석열정부와 집권여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13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중앙시장을 찾았다. 당대표가 된 이후 주로 국회에 머물던 이 대표가 중앙시장을 찾아 당원과 시민들을 만난 것은 지난 20대 대선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대선과 같이 시장에 모인 시민당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즉석에서 연설도 진행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주로 하던 선거운동 방식이다.
또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공식 선거 유세 첫날에도 충청을 처음으로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충청은 뚜렷하게 특정 진영이나 정당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 지역인 만큼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고 있다. 이 대표가 충청을 장외 대국민 여론전의 첫 지역으로 삼은 것도 민심의 지지를 받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적극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시장에서 열린 즉흥연설에서 “우리가 어려워진 이유는, 다수가 불행한 이유는 불평등, 격차, 양극화 때문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왜 3000억원 이상씩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만 법인세를 깎아주겠다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슈퍼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예산안에 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라고 반대하며,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인하는 동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막아섰다. 윤 대통령도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도는 국민의힘 대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국민의힘에 ‘ 오더’를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협상하고 담판 짓기를 바란다”며 “한쪽에서는 예산안 협상을 가로막고, 또 한쪽으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예산안에 ‘초부자감세’ 기조를 관철시키려 하자, 이 대표는 장외로 나서며 ‘여론전’으로 박 원내대표를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서민 지원 예산은 없다고 노인과 일자리 예산을 깎고, 청년 일자리 예산 깎고, 공공주택 예산 깎고, 여러분이 바라마지 않는 지역화폐 예산을 깎았다”며 “서민들을 위한 예산을 깎으면서 재원이 부족하다, 긴축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3000억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는 깎아주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면서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강자들이 약자를 함부로 잡아먹고, 힘이 세다고 힘을 함부로 행사해서 다수의 약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억강부약”이라며 “억강부약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검찰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요즘 말을 하기 무섭다는 분이 많이 생겼다”며 “내가 혹시 이 이야기를 했다가 잡혀가는 게 아닐까, 내가 혹시 이 이야기를 했다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게 아닐까, 내가 잘못했다가 세무조사를 당하는 게 아닐까, 오죽하면 월드컵 심판이 사고를 치니까 압수수색하자는 댓글이 올라온다”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아무도 모르게 공포감에 젖어들고 있다”며 “국가는 어머니처럼 포근해야 하고 외부로부터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강한 아버지와 같아야 한다. 근데 국가가 지금은 혹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혹시 나를 꼬집지 않을까,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가 질식해가고 있다”며 “어떻게 만들어온 민주주의고 어떻게 만들어온 표현의 자유인데 갑자기 몇 개월 만에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말인가”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는 힘은 바로 국민 안에 있다”며 “바로 여러분이 그걸 막아주셔야 한다.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