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양대산맥 TSMC와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가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거듭함에 따라 향후 파운드리가 한 국가의 기업을 넘어 '국경 없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열린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1공장 장비 반입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팀 쿡 애플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전세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TSMC 현지 공장 조성에 대한 관심도를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팀쿡 애플 CEO와 수 AMD CEO는 이날 미국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쓸 것이라며 최대 고객사가 될 것임을 밝혔다. TSMC는 이날 미국 투자 금액을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까지 3배 이상 늘리겠다고도 깜짝 발표했다.
앞서 TSMC는 4분기 예상 매출액을 6268억5000만~6520억5000만 대만달러(약 26조7100억~27조7800억원)로 발표했다. 10~11월 매출 합산이 이미 4329억 대만달러(약 18조원)를 넘어선 상황으로 예상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도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추격의 고삐를 당길 태세다. 지난주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 이사회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신청한 반도체 공장 9곳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 '챕터 313'를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1676억 달러(약 218조원)을 투자해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승인으로 삼성전자는 48억 달러(약 6조26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비중은 최근 급격히 파운드리로 쏠리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55억8400만 달러(약 7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낸드플래시 매출(43억 달러)보다 12억8400만 달러 많은 수치다.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플래시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호조 이유로는 AI(인공지능), 5G 통신 칩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시장 규모 확대가 꼽힌다. 또 메모리 판가 하락에 따른 시장 불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렌드포스 파운드리 점유율 조사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5%, TSMC는 56.1%로 두 회사의 격차는 40.6%p를 기록했다.
따라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와 같은 주요 고객사 확보가 당면 과제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파운드리에 최신 공정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은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TSMC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통해 미국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주요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22일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의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 회의에서는 파운드리 등 반도체 시장에서의 필승 전략과 신사업 개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커진 1321억달러(약 172조원)에 달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