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단기대여금 급증은 대주주 횡령의 시그널'이라는 공식이 재차 확인됐다. 한때 자산가로 알려졌던 김건일 전
게임하이(041140) 대표의 횡령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이 회사 재무제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게임하이가 지난 8월16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빌려준 돈을 나타내는 단기대여금이 282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며 김 전 회장이 회사명의로 194억원을 대출받아야 했을 만큼 절박했던 점을 납득할 수 있다.
2008년말 30억원, 2009년말 12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르게 증가했다.
재무제표의 현금흐름란을 보면 단기대여금은 이보다 훨씬 많다.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은 2008년에 57억원, 2009년에는 620억원이었다.
2010년 상반기에만 213억원의 단기대여금이 발생했다. 2007년에 발생한 단기대여금은 7억7000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하이의 단기대여금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김 전 회장이 게임하이가 버는 돈을 적자가 나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에 빌려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전 회장은 알파트로닉스, 엠에스씨코리아, 스튜디오파크 등 약 30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게임하이를 포함한 3~4개사에 그쳤다.
게임하이의 수익만으로 단기대여금을 갚기에도 벅찼던 상황이다.
2007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단기차입금은 2008년 511억원으로 5배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427억원을 빌렸지만 전환사채(CB)를 165억원이나 발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게임하이는 CB를 70억원 어치 발행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든어택’으로 돈을 잘 벌던 게임하이가 그런 거액을 빌렸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여금과 차입금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게임하이의 부담도 갈수록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황이 어려운 계열사들은 대여금에 대해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차입금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를 갚기 위해 새로 자금을 빌려야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