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파업 밖에선 허가 철회…현대약품 '내우외환'

노조, 임금·연차 삭감 두고 협상 끝에 파업 돌입
임신중절 수입의약품 '미프지미소정' 허가 좌절

입력 : 2022-12-20 오전 6:00:00
지난 1일 서울 강남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노동조합이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약품 노조)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현대약품(004310)이 안팎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노조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태가 총파업까지 이른 와중에 신성장동력 육성 계획의 핵심이었던 수입품목의 허가도 좌절된 상황이다.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약품 노동조합은 지난 7일 사측과 16차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13일부터 천안공장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발단은 현대약품 노동자 처우다. 현대약품이 제시한 처우에 노조가 반대한 것이다.
 
노조 측 입장을 정리하면 현대약품은 노조에 최저 인상률과 격려금을 포함한 3.8%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본급과 격려금을 모두 포함한 계산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허성덕 현대약품 노조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기본급과 격려금을 모두 합해 계산한 것"이라며 "이런 계산을 토대로 임금 인상률이 3.8%라고 하거나 4%에 육박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종업계 평균 임금 인상률은 4%가 넘는데 격려금 없이 임금만 해당한다"며 "현대약품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사측의 신입사원 임금 삭감에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호봉제를 도입한 회사인데, 사측 주장이 관철되면 대졸사원과 전문대졸사원의 임금은 기본급 기준 각각 15만6000원, 14만4000원씩 삭감된다. 이들이 받는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현대약품 신입사원이 받는 임금은 연봉 기준 약 300만원까지 커질 수 있다.
 
노사 간 의견이 갈리는 또 다른 요소는 연차다. 현대약품의 연차는 20개부터 시작해 상한선이 없는 구조다. 사측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연차를 15개로 삭감하고 상한선을 25개로 두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호봉제 특성상 과도한 연차 사용이 쉽지 않은 데다 호봉이 높은 반면 임금이 낮은 직원들의 복지가 축소될 수 있다며 사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허성덕 위원장은 "현대약품은 호봉제 회사라 15년 다닌 직원과 30년 근속한 직원의 임금이 거의 같은 경우도 있어 연차가 유일한 혜택"이라며 "부당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신입사원 임금 삭감, 연차 문제를 놓고 사측과 조율할 생각을 사측에 전달했는데, 회사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약품은 노조와 갈등을 빚는 동안 외부에서도 암초를 만났다. 국내 승인을 추진했던 임신중절 수입의약품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6일 현대약품이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해 허가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미프지미소정은 지난 2015년 캐나다에서 허가받은 약물로 국내 허가 신청은 현대약품이 최초였다.
 
지난 2월24일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약품)
미프지미소정은 그간 현대약품이 강조한 신성장동력 육성의 방안 중 하나다. 실제로 현대약품은 이상준 대표가 지난 2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성장동력 육성과 성공적인 신약 임상, 신제품 확보 등 중점 추진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지 약 5개월 뒤인 지난 7월 식약처에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대약품 품목허가 신청 이후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정 관련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연장했으나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미프지미소정 허가 신청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신약 심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품질자료 등에 대한 일부 자료보완을 요청했다며"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2회 연장해 자료보완 기간을 추가로 부여받았으나, 일부 보완자료는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 이번 심사에서 제출되지 않은 보완사항을 중심으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뉴스토마토>는 현대약품에 노조 부분 파업,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 재신청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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