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를 치료하는 약물로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막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현재 거의 유일한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동맥경화와 관련된 표적 물질을 새롭게 밝혀냈다. 왼쪽부터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하창훈 융합의학과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동맥경화는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좁아진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으로 급사까지도 이르게 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약물로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막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현재 거의 유일한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동맥경화와 관련된 표적 물질을 새롭게 밝혀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김영학 심장내과 교수, 하창훈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CTRP9이라는 물질이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또 실제 동맥경화, 심근경색 환자 혈액검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CTRP9 수치가 낮았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스타틴과 같은 항지질약제를 제외하면 동맥경화, 심근경색 예방에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다. 스타틴 계열의 의약품은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에 주로 사용된다. 현재 사용 중인 스타틴 계열 약물로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 로바스타틴(Lovastatin), 심바스타틴(Simvastatin),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플루바스타틴(Fluvastatin),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콜레스테롤혈증 치료를 위해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인구는 하루에만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스타틴 계열 의약품은 심혈관계 이상 증상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알려졌는데, 근육통, 간수치 증가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되기도 한다. 드물지만 심각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횡문근융해증이 있다. 의약계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대체할 신약개발을 위해 새로운 표적 물질 발굴을 시도했다.
CTRP9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세포신호물질인 아디포카인(adipokine)의 한 종류다. 아디포카인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와 면역 반응 등과 연관돼 있는데 비만과 당뇨 등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 발생에도 관여한다는 사실들이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구조 분석을 통해 아디포카인 중에서도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과 연관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CTRP9이라는 물질을 선정해 새 표적 물질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실험실에서 배양된 인간 탯줄 유래 혈관내피세포에 연구팀이 CTRP9을 처리한 결과 혈관신생이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신생이 증가했다는 것은 혈관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의 밀도와 혈관항상성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혈관이 건강하고 튼튼해진 것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팀은 CTRP9 유전자가 제거된 실험용 쥐를 분석한 결과 CTRP9이 제거되기 전과 비교해 혈관 신생이 80% 감소하는 것을 밝혔다
또한 실험용 쥐의 경동맥을 결찰해 동맥경화를 유발시킨 후 CTRP9을 투여한 결과 동맥경화가 약 40% 나아졌으며, 심근경색을 유발시킨 쥐에서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좌심실 허혈성 손상 증상이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동맥경화 환자 중 혈액 시료를 보관하고 있던 100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잠재적 관상동맥질환 환자군과 심근경색 환자군의 혈중 CTRP9 수치가 정상인에 비해 70%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김영학 교수는 "전 세계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가 심혈관 질환 특히 심근경색"이라며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동맥경화 치료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절실했는데, 이번 연구로 CTRP9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이 개발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창훈 교수는 "협심증, 심근경색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혈액 바이오마커로서 CTRP9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추가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14.980)'에 최근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