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서울 강남 일대에 대규모 입주가 예고되면서 추후 전셋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업황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쉽게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역 특성상 전셋값도 타 지역에 월등히 높은 경향을 보이면서 세입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매물 적체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향후 2년 내로 적정 물량의 2배를 웃도는 입주 물량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냉각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1.08%를 기록하며 전주(-0.96%)보다 내림폭이 확대됐다. 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 거래 비중이 늘고 전세 매물 적체가 심화돼 전셋값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 부동산원 설명이다.
이중 강남구의 경우 -1.05%를 기록하며 한 주 사이에 0.07%포인트 하락했다. 강남구가 그간 전세 시장 상승세의 주요 축으로 작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1%대 기록은 매우 큰 폭의 하락세다.
이는 강남 역시 매물이 쌓이면서 세입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내년 강남구 일대에 새롭게 공급되는 입주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내년 강남구 일대에 공급되는 예정 입주 물량은 4646가구에 달한다.
범위를 오는 2024년으로 넓히면 향후 2년간 6936가구까지 공급이 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실이 관측한 연간 적정 수요 2648가구와 비교해 2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주요 단지들을 살펴보면 당장 내년 상반기 다양한 지역에 입주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자곡동에 '수서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 597가구가 공급되고, 2월 논현동에는 '논현 펜트힐캐스케이드' 130가구가 입주한다.
특히 3월 개포동에서는 3375가구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가 공급돼 일대 입주물량이 폭증할 전망이다.
업계는 강남 전세 시장의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세 시장이 부동산 업황 전반에 걸친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이라는 거시적 변수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강남 자체의 전셋값이 타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비싼 점도 시장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남 전세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으로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일대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강남권 전세 시장의 전망은 좋지 못할 것 같다"며 "거래가 전반적으로 경색돼 자칫 전세뿐만 아니라 강남권 전체 매매 시장까지 붕괴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한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