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유명세를 탄 화이자는 지속적인 인수합병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사진=화이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개 기업 간 인수합병 또는 사업부 맞교환을 통해 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합병 대상 기업이 잠재력만 갖추면 부채도 떠안는 공격적인 투자 흐름도 엿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바이오기업 중 인수합병을 거쳐 최고 지위에 오른 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화이자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유명했던 화이자는 한동안 세계 최대 제약사로 군림했으나 대표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한때 부진을 겪기도 했다.
이랬던 화이자가 꺼내든 카드는 인수합병이었다. 자사 품목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M&A에 나선 것이다.
인수합병 사례별로 보면 화이자는 지난 2000년 워너램버트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1118억달러로 역대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M&A 규모다.
이후 화이자는 2003년 파마시아를, 2009년 와이어스를 품에 안으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확보했다.
M&A의 단맛을 본 화이자는 2014년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를 제의했으나 실패하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엘러간을 1500억달러에 사들이려다 미국 당국의 제재에 가로막혔다.
금전이 오가는 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해외 제약바이오기업 사례는 M&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마다 차세대 동력으로 키우려는 부분만 골라내 맞교환하는 방식도 있다.
스왑 딜 형식의 거래에선 노바티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노바티스와 GSK는 지난 2015년 주요 사업부문을 맞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각사)
양사는 지난 2015년 주요 사업부문을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 내용을 보면 GSK는 노바티스의 글로벌 백신 사업(인플루엔자 제외)을 5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노바티스는 GSK의 항암제 사업부를 160억달러에 사들였다.
노바티스와 GSK 계약의 핵심은 각사가 보유한 특장점을 강화하는 데 있다. GSK는 세계 시장에서 백신 최강자로, 노바티스는 항암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 중 하나다.
미국 제약사 암젠은 최근 희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바이오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27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 기업의 몸집 불리기는 최근에도 있었다.
미국 제약사 암젠은 최근 희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바이오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27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화이자가 워너램버트를 인수할 당시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는 규모다. 호라이즌은 감상샘 안병증(안구 돌출과 염증 등을 동반하는 질환) 치료제 '테페자'로 유명해진 기업이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점은 암젠이 호라이즌 인수로 감당해야 할 부채다. 호라이즌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젠은 부채보다 호라이즌이 보여줄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인수 당시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최고경영자(CEO)는 "호라이즌 인수는 혁신적 의약품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암젠의 전략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