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악플을 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다만 공적 영역에 대한 거친 발언은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며, 사생활과 공적 영역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인터넷 댓글로 가수 겸 배우 수지에게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을 쓴 혐의(모욕)로 기소된 40대 남성 이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모씨는 2015년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등의 수지에 대한 글을 올렸고, 이후 모욕죄로 기소됐다.
1심은 이 모씨의 악플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해 모욕죄를 판단함에 있어 연예인이 아닌 사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라며 이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2심에 불복해 상고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비연예인의 경우보다 넓게 보장해야 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민 호텔녀'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 이외 발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사생활과 공적 영역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달리 본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춰 피해자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이라며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이를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모씨가 '언플이 만든 거품', '퇴물', '영화 폭망' 등의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 대법원은 "피해자가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홍보방식 및 출연 영화의 실적 등 피해자의 공적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표현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사적 법익 및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했을 때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 보호로 달성되는 가치를 따져야 한다"라며 "최근 사회적으로 인종, 성별,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이 문제 되고 있는데,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로 기능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한 표현 중 공적 활동 영역에 관한 것과 사생활에 관한 것을 구분하여 판단해 표현의 자유의 인정 범위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룹 미쓰에이 출신 가수 겸 배우 수지. 2022.06.30. (사진=뉴시스/KBS 2TV '연중라이브' 제공)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