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 한 해 건설·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거래 침체, 집값 급락의 '3중고'를 겪으며 유례없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냈다. 연초부터 기준금리가 무섭게 치솟으며 수요층의 대출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하반기부터는 전국적으로 거래 침체 현상이 확산하며 집값이 빠른 속도로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내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최근 본격화하는 정부 규제 완화 움직임의 실행력이 얼마나 담보되는 지도 시장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4.7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3년 12월 부동산원의 조사 집계 이래 같은 기간은 물론이고, 연간 단위로도 가장 큰 낙폭이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전국 아파트값은 단번에 2.02%까지 급락하며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에도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낙폭이 7%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국 26만2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거래량이 처음으로 연간 50만건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전세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5.23% 하락하며 부동산원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2년 차가 되는 올해 여름 전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전국적으로 세입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며 약세가 이어졌다.
청약 시장 역시 침체가 뚜렷했다. 리얼투데이의 청약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대 1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19.1대 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2014년 평균 6.7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 기록이다.
아울러 미분양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1년 전 1만4075가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주택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보니 프리미엄을 거두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늘었고, 이는 기존 아파트 거래에 비해 거주 제한 등 제약으로 고민하는 청약 수요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전방위적으로 하락한 것은 올 한 해 가파른 속도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수요층의 대출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중도금대출의 이자 부담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주택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미국 정책금리와의 보폭 조절,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2월을 제외하고는 7차례나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 7월과 10월의 경우 사상 유례없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되면서, 올해 1월 연 1%로 시작된 기준금리는 연말 3.25%로 마감됐다. 한 해 동안 기준금리가 2.25%포인트나 급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돼 주택 시장의 침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은이 물가 안정 중심의 통화 정책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잠재적 금리 상단으로 여겨지는 3.5%를 넘어설 가능성도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경제 상황이 바뀌면 (기준금리 상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단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주택 시장 냉각기도 이에 준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정부가 최근 들어 각종 부동산 시장의 규제 해제 움직임에 나섰는데 이 같은 흐름을 내년에도 얼마나 지속할지, 또 의지를 갖고 얼마나 실행해 나갈지가 시장 회복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아트전망대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