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내년에도 나는 ‘롱’에 걸겠다(2)

입력 : 2022-12-29 오전 6:30:00
올해 송년호를 준비하면서 과거 연말에 썼던 칼럼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봤다. ‘내년에도 나는 롱(Long)에 걸겠다.’ 2018년의 마지막 칼럼에 쓴 제목이다. 올해도 4년 전과 똑같은 제목을 붙이려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7%나 하락했다. 2017년에 쌓아 올린 상승폭을 고스란히 토해낸 하락장이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상방 투자를 추천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19년 코스피는 상승했다. 어쩌면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30%나 급등한 2020년의 맛보기였을지도 모르겠다. 2021년 그 기세가 꺾이긴 했으나 3년 연속 상승이 이어졌다. 2013~2017년 5년 연속 상승 이래 최장기간이었다. 
 
코로나 충격을 줄일 목적으로 뿌린 천문학적 유동성엔 짙은 그림자가 따르기에 올해의 하락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내년은 다를 거라 믿는다. 
 
한국 증시가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는 게 최근 몇 년의 일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연속으로 상승한 해는 있어도 2년 연속 하락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였던 해에도,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도, 거슬러 올라가 2000년 IT버블이 터지며 폭락했던 시기에도, 다음해 증시는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다. 
 
굳이 연속 하락기록을 찾자면,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간 내리 하락했던 기록을 꺼내야 한다. 그마저도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의 이듬해인 1998년 단 번에 3년치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이처럼 상승 후 하락, 하락 후 상승이 반복되는 것을 ‘미스터 마켓’의 변덕 탓이라 말할 수는 없다. 경제호황이 이어질 때 버블이 발생하고, 불황과 침체가 계속될 때 자산가격이 헐값에 처박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 참여자들 특유의 다이내믹이 더해지면 아래위로 움직이는 변동성이 커지고 상승과 하락의 주기도 짧아진다.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자주 보는 단어다. 약세장을 기록한 다음 한 해의 전망에 ‘상고하저’가 등장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지금은 어렵지만 결국 천천히 회복하지 않겠냐는 의미일 것이다. 
 
이에 동감한다. 내년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올해 과격한 변화를 십분 경험한 터, 내년의 변화에는 무덤덤하게 반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혹시나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더라도 금융위기급 허리케인으로 격상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여유를 갖고 시장에 대응했으면 좋겠다. 올해 하반기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노력’을 자주 강조했으나 내년엔 분명히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고, 시장엔 매력 넘치는 자산들이 차고 넘친다. 두려워하거나 서두르지만 않으면 된다.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란 단순한 명제에 집중하는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 기자도 기회에 집중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 
 
새 정부 출범으로 고단한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기대했으나, 저녁 뉴스에 올라오는 소식들은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웅웅웅 귀를 스쳐 지나간다. 올해도 그랬듯 내년에도 각자도생, 자산시장에서, 현실의 삶에서 꼭 건강하게 살아남으시길 기원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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