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이어진 해이자 감염병이 풍토병처럼 자리잡는 엔데믹의 서막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백신주권 확보를 앞당긴 선구자의 공로가 인정받았다. 현업에 있는 이들 중에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의 수장들이 주목을 받았다. 해외 인사로는 mRNA 백신 시대를 개막한 두 명의 포스트 코로나 청사진이 화두로 떠올랐다. 올 한 해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을 <뉴스토마토>가 정리했다.
고 박만훈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 박만훈 부회장은 대한민국 보건의료기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①박만훈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
지난해 별세한 고(故) 박만훈
SK(034730)바이오사언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보건의료기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국민훈장(목련장)을 수훈했다.
박만훈 부회장은 지난 2008년
SK케미칼(285130) 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실장, 2014년 생명과학연구소장, 2015년 SK케미칼 제약바이오부문 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으로는 2018년 취임했다.
그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2015년), 폐렴구균 백신(2016년),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2017년)을 개발하는 데 기틀을 마련해 백신주권 확립에 큰 공적을 남겼다. 지난 6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멀티주'도 박만훈 부회장이 확립한 세포배양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9월 박만훈 부회장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서울보성고등학교와 '박만훈 장학기금' 협약을 맺고 같은 해 11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백신 연구개발·보급에 이바지한 국내외 인물 및 단체에게 수여하는 '박만훈상'을 신설해 박만훈 부회장의 뜻을 기리고 있다.
역대 최다 매출을 달성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연임이 결정됐다. 존 림 대표는 최근 4공장을 부분 가동하는 등 의약품 생산능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②CMO 장기집권 존 림 삼바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존 림 대표의 유임을 확정했다. 임기 만료까지 약 3개월을 남겼던 존 림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쳐 연임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부사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해 202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올해 4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자회사 편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3분기 만에 누적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존 림 대표 취임 이후 이룬 가장 큰 업정 중 하나는 주력 사업인 위탁생산(CMO) 핵심 엔진이 될 4공장 부분 가동이다. 4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능력은 60만4000ℓ까지 늘어 압도적인 차이로 전 세계 1위를 유지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능력을 경쟁 기업들과 비교하면 론자(30만3000ℓ), 베링거 인겔하임(27만5000ℓ)에 비해 약 두 배 차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 사업부장 출신인 이원직 대표는 롯데지주 신성장2팀장을 거쳐 롯데의 바이오 첨병을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③차기 CMO 대권 노리는 이원직 롯바 대표
롯데의 CMO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수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원직 대표가 맡고 있다.
이원직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DP) 사업부장 출신으로 롯데에는 지난해 8월
롯데지주(004990) 신성장2팀장(상무)로 입사. 그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취임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파트너링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2000억원을 들여 미국 시러큐스 소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선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생산공장 부지를 고르고 있다.
롯데판 CMO 왕국 설립을 노리는 이원직 대표 체제 롯데바이오로직스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영업기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인천지방법원은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옆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④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코로나 치료제·백신 왕국 건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유대계 그리스인으로 지난 1993년 화이자에 입사했다. 이후 여러 지역에서 관리자로 근무하다 2018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9년 1월 CEO에 올랐다.
앨버트 불라가 CEO에 취임한 뒤 화이자는 모더나와 함께 세계에서 처음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후보물질과 초기 개발은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맡았지만 글로벌 단위로 치른 후기 임상은 화이자가 주도했다. 세계 첫 mRNA 백신 상용화라는 업적을 이룬 화이자는 최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2가 백신으로 주요 국가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차세대 백신도 개발 중이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타깃 mRNA 플랫폼 파이프라인은 기존 백신보다 개선된 항원으로 넓은 면역원성 범위와 오랜 작용 효과가 있다는 게 한국화이자제약 설명이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 타깃하는 콤보 백신, 팍스로비드와 같은 계열인 항바이러스제도 개발 중이다.
불라 체제에서의 화이자는 mRNA뿐 아니라 체내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약은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승인받아 쓰이고 있다.
불라 CEO는 팍스로비드를 이을 또 다른 항바이러스제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항바이러스제로 평가되는 이 파이프라인은 현재 임상 1상을 거치는 중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매사추세츠 노우드에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⑤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 mRNA로 암도 정복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 수장은 스테판 방셀 CEO다.
모더나는 첫 mRNA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이후 2가 백신 개발도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mRNA 피부암 백신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모더나 mRNA 항암 백신 'mRNA-4157/V940'을 병용한 임상 2상에선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임상은 모더나 암 백신 mRNA-4157/V940, 키트루다 투여군과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으로 나눠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임상 결과 병용 투여군은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 대비 44% 낮은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보였다.
암 백신에서 mRNA 플랫폼이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 방셀 CEO는 이 파이프라인으로 폐암 등 다른 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