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8.1로 1.8% 감소했다. 소비가 3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전(全)산업 생산 지수는 115.3으로 전월보다 0.1% 올랐다. 4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모처럼 아주 소폭 올라섰다. 그렇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자동차 기계장비 등 일부 업종은 상승했지만, 한국경제의 중요한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은 11%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7로 전월보다 0.7포인트 내렸다. 7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락 폭도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5월(-0.8p)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0으로 전월보다 0.2p 내려섰다. 5개월 연속 하락이다.
수출 역시 우려된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9.5% 감소한 549억9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수출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언제 끝날지 예측도 안 된다.
이렇듯 현재 한국경제는 곳곳에서 암울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지난해 4분기나 올 1분기에는 역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밖으로는 수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긴장과 인플레이션, 이를 억제하기 위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해외경제 분석자료에 따르면 세계 3대 경제권(미국·유럽·중국)에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의 영향은 내년에도 지속되며 이들 주요국 경기는 동반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분절화' 조짐이 자국 우선주의와 첨단산업의 배타적 경쟁 심화 등으로 번지며 세계 경제의 성장과 교역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한국경제 안팎에는 악재 위에 악재가 또 쌓인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대 성장률은 사실 애매한 수치이다. 성장률이 더 낮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면 된다. 그런데 올해 전망치는 그런 부양책을 쓸 만큼 낮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방관할 수도 없다. 내수라도 살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출의 경우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경제의 여건이 도와줘야 한다. 한마디로 상당 부분은 한국의 통제 밖이다.
반면 내수는 한국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달라질 여지도 적지 않다. 수출은 때를 더 기다리더라도 우선 내수만이라도 지키고 일으켜 세울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수와 수출의 동반 침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적절한 부양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면적이고 대규모적인 부양책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부 내구소비재의 소비세를 내린다든가 유류세를 더 낮추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금리가 오를 때에는 부양책을 써도 인플레를 유발할 걱정이 크지 않다. 저금리일 때는 부양책이 곧바로 인플레로 이어지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풀린 유동성이 다시 중앙은행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부동산 규제를 더 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동산 거래침체를 완화하고 내수 함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새해 들어 유류세를 다시 올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아울러 올해부터 ‘노동 개혁’과 ‘공공기관 구조혁신’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잠시 접어두겠다. 그렇지만 당장 내수 침체를 극복하는데 유익한지는 잘 모르겠다.
진실로 정부가 지금의 경제후퇴 우려를 진심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수라도 떠받쳐야 한다는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다시 평가하고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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