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뒤통수…칩스법·IRA에 공급망 끼인각

대중 투자 막는 칩스법, 한국산 전기차 차별 IRA
미중 양자택일 강요, 자국 우선주의에 한국기업 실망

입력 : 2023-01-10 오후 2:39:28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양자협의를 마친 후 호세 페르난데스 美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과 약식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국내 기업들은 이후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뒤통수를 맞은 격의 충격 상태를 보입니다. 대미 전기차 판매 호조를 보였던 현대차는 올들어 IRA 악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 세액공제 혜택에 투자로 화답했던 삼성, SK 등 반도체 기업들도 조건부로 중국 투자가 막힐 수 있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서 IRA가 시행된 이후 대미 전기차 수출액은 늘었다가 줄었다를 반복하며 아직 영향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작년 11월 115%로 연중 500% 내외였던 평균 수준에 못미칩니다. 하지만 재작년 11월부터 전기차 수출액이 급증해 성장률 둔화만으로 결과를 따지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IRA 때문에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 속도를 재검토하는 등 불확실성은 상존합니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조지아 전기차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IRA 규정 시행을 미뤄 달라고 했지만 아직 미국 측의 조치가 없습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한국 반도체도 간접적 IRA 영향권에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또한 미국 현지 시설 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칩스법에 호응해 투자 약속을 했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면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식입니다.
 
미중 공급망 갈등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이같은 시장 단절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대한 동맹국으로서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에도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후 한국에 불리한 상황 전개가 동맹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한국과 미국 경제 외교 담당 차관이 서울에서 만나 공급망, IRA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전날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차관이 방한해 이날 협의가 이뤄졌습니다. 정부와 현대차는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해와 이날 논의도 주목받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 미 재무부가 밝힌 IRA 규정 지침에선 제도 유예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조립되지 않은 리스차량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협상에 일부 진전도 보였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조지아 공장 착공식을 열었지만 실제 첫삽을 뜨는 것은 올해 초입니다. IRA 피해가 커질 경우 투자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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