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알뜰폰 진출하면 통신비 낮아질까?

금산분리 완화 시동 건 금융당국…제2·3의 리브엠 나올까
알뜰폰협회 "알뜰폰 금융 부수업무 지정 반대"
업계종사자들은 반대하지만…소비자에겐 '득'

입력 : 2023-01-11 오후 1:51:5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가 알뜰폰을 금융회사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결사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예대마진으로 배불린 금융회사들이 과다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시장의 부실화마저 우려된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금융회사의 알뜰폰 진출은 통신시장 종사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알뜰폰협회뿐 아니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견제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3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자본력을 갖춘 금융회사들의 진출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면 소비자에겐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기회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 시동건 금융당국…제2·3의 리브엠 나올까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투자와 부수업무를 확대하는 방향의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비금융 영역 진출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당장 법률 개정이 힘든 점을 감안해 제도 개선이 가능한 방안을 먼저 시행하는 방향으로 고안 중입니다. 그동안 경제력 집중 방지 등을 위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제한해 왔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디지털화가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권에 진출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에 당국이 나선 이유입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서비스 중입니다. 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고 해당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리브엠은 2021년 사업특례 기간을 2년 연장 받았습니다. 4월이면 사업 특례 기간이 만료되지만, 금산분리 규제완화가 추진되면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확산될 여지가 큽니다. 
 
서울의 한 알뜰폰 매장 앞. (사진=연합뉴스)
 
알뜰폰협회 "알뜰폰 금융 부수업무 지정 반대"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1일 금융기관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불허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여러 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도매대가 이하의 출혈 요금제가 늘어나고, 사은품 등 불공정 마케팅 경쟁이 주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알뜰폰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만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대다수 중소 사업자들은 거대 금융회사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거대 금융회사의 시장 파괴적인 요금할인이나 사은품의 재원이 서민들로부터 거둬들인 막대한 이자수익에서 나온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알뜰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도매제공의무 일몰 규정 폐지 등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협회가 금융기관의 알뜰폰 진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해 6월24일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란 의견을 내놨습니다. 두달 뒤인 8월10일에는 금융위원회에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출 반대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만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KB리브엠의 알뜰폰 사업 철수 의견을 재차 주장하며 금융기업의 알뜰폰 진출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종사자들은 반대하지만…소비자에겐 '득'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업체가 늘수록 선택권이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혜택 확대도 기대됩니다. 기존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3사와 맞붙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진출로 서비스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통신 관련 관계자들의 반대 논리에만 치우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교수는 알뜰폰 시장에 대해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자본력이 충분한 대기업 계열이 더 많이 들어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의 알뜰폰 사업자들도 가격적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특화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2010년 발간된 KISDI '도매규제 도입의 이슈와 기대효과' 보고서 일부. (자료=KISDI 보고서)
 
정부의 알뜰폰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를 배척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립니다. 당시에도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진입과 다양한 형태의 사업 모델의 등장을 유도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이 도매규제 도입의 주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애당초 정책의 목표가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의 알뜰폰 사업 영위가 아닌, 시장의 경쟁 활성화였다는 얘깁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중소 알뜰폰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시장 개척자로서 그간 행한 노력을 존중받을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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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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