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에서 자문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구제와 개헌을 적극 논의하나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36년째 거듭된 개혁 실패 원인에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명암…승자독식 헌정제 고착
11일 정치권과 학계에 따르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입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졌고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 권력구조 변경 없이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역시 1988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소선거구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제도의 공통점은 바로 승자독식 구조라는 점인데요. 1위만이 모든 권력을 얻는 탓에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기 이익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권 모두 말로는 협치와 합의를 외쳤지만,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완전한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간 두 제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거대 양당 구조는 더 고착화했습니다. 5년 단임제 기간 역대 대통령은 모두 거대 양당 안에서 탄생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영남=국민의힘', '호남=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지역구도는 더 굳어지며 서로 의석을 나눠 가졌습니다. 거대 양당끼리 치열하게 다퉈도 대표적인 표밭에 출마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기에, 실리는 모두 거대 양당이 챙겼다는 것이죠. 거대 양당만의 잔치 속에 소수정당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습니다.
거대 양당이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꼼수로 소수정당 대신 비례 의석을 차지한 게 대표적인 '양당 이기주의' 사례입니다. 애초 20대 국회는 다당제를 외치는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해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신 그 절반만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번번이 실패한 선거제 개혁…위성정당까지 출현
하지만 제도는 원 방향대로 흐르지 않았는데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비례의석을 위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맞섰습니다. 결국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가져가고 말았습니다.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강력 반발했지만, 거대 양당 힘의 논리를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다당제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양당 이기심 속에 결국 그들의 산물로 귀속된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및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하며 여러 공약을 내놨지만, 지금까지 구체화한 사안은 없습니다. 이전처럼 흐지부지되면 공약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겠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선거구 개혁은 정의당의 일관된 주장이자 현행 승자독식 구조로 인한 극한 대립과 갈등, 적대적 상생 구조를 극복할 기준선으로, 선거제 개혁은 승자독식으로 인한 엄청난 사표와 그 속에서 사라지는 49%의 민의를 정치에 담기 위한 과제"라며 "정의당은 정치적 해악의 근원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 비례성과 중대선거구제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 나갈 방법을 열어놓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