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친윤계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인데요.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에 대한 수용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끝까지 어깃장을 놓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 아직 별다른 말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나 전 의원의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 여부를 묻자 "윤 대통령이 아직 별다른 말씀이 없어 미뤄 짐작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의 사의를 반려하거나, 끝까지 보류, 혹은 사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부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나 전 의원의 사의를 수용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끝까지 보류한다면, 사실상 나 전 의원을 향한 불출마 압박이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하며 대통령실과 충돌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두 차례나 나 전 의원의 저출생 정책은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는데요. 사실상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부정적 신호라는 게 당 안팎의 시선입니다.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전까지 친윤 인사로 분류됐던 나 전 의원이 이번 대통령실의 비판으로 '비윤'(비윤석열) 또는 '반윤'(반윤석열) 인사로 낙인찍히면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의 지지율 1위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석열정부 성공 고민"…확전 피한 나경원
나 전 의원도 '비윤', '반윤' 인사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 발언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이날 서울시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한 발언만 봐도 그가 얼마나 대통령실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지 드러납니다.
그는 '대통령실이 사의 표명을 받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입장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을 전달받지 않았다"며 "대통령실과 갈등과 충돌로 비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실과의 충돌을 피하고 자신이 최소 '반윤'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 자체가 윤심인데 아직 나 전 의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나 전 의원 입장에서는 현재 다른 후보들의 지지가 미미하기 때문에 결선투표까지는 당연히 갈 것으로 보고, 과연 결선투표에서 이길 수 있느냐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