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배터리업계가 연초부터 술렁이고 있습니다. 화두는 튀르키예(옛 터키) 현지에서 진행되던 SK온과 포드의 합작 공장 무산입니다. 해당 공장은 국내 배터리업체 중 처음으로 유럽 내 합작법인을 세우는 첫 사례여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초 투자금은 최대 4조원대로 2025년부터 연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SK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포드와 SK온, 튀르키예 제조사 코치의 3자 협의이다 보니 SK온 내부에서는 협의 조건이 안맞아서 굳이 해야하나 하는 말도 나왔다"며 "글로벌 대외환경이 안좋아졌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 투자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2공장 전경. (사진=SK온)
그간 포드와 튀르키예는 1959년부터 '포드 오토산(Ford Otosan)이란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에 완성차 공장을 운영해왔습니다. 포드 오토산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45만5000대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풀린 전기차 보급대수가 2022년 9월 기준 34만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포드 오토산'의 생산 규모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같은 굴지의 자동차 합작사는 최근 전기차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SK온과 제 3자 MOU를 맺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MOU 이후 10개월이 넘는 협상에도 불구하고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는데요. 주된 원인으로는 배터리 판가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부분이 꼽힙니다. 포드·코치의 현지 합작법인인 포드오토산과 SK온 간 입장, 배터리 공급가 등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셈입니다.
다만 SK온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저희가 인정하고 있으나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최종 결정된게 아니어서 아직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SK온과의 JY(합작사) 건립이 사실상 포기 수순에 이르자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약 타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닥치고 투자' 방식에 재무 구조 '경고등'
업계 안팎에서는 SK온의 튀르키예 투자 난항 원인으로 대규모 문어발식 투자를 지목합니다. SK온은 이미 2025년 가동 목표인 미국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 블루오벌SK 공장 투자를 결정한 상황입니다. 2024년 양산 예정인 중국 옌청 2공장, 헝가리 이반차 공장 등을 위해서도 수 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이에 지난해 상장 전 유치(프리 IPO)를 통해 4조원을 외부에서 유치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연말까지 외부 자금 8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구원투수로 나서 2조원 가량을 지원했으나 예정된 투자를 계속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이같은 SK온의 자금력 부족 현상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SK온의 지난 3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조45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오히려 돈이 빠져나갔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향후 설비 투자 규모를 더한 잉여현금흐름도 -4조23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7분기 연속 적자 해결 위한 수율 확보 우선
SK온은 국내 배터리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업체입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SK온이 지속적으로 내세운 4분기 흑자전환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관측됩니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지난해 4분기에만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반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5조5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4%, 영업이익은 1조2137억원으로 57.9% 증가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수율 확보도 해결과제로 남습니다. SK온은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늦게 출발한 만큼 수율 확보도 더딘 상황입니다. 통상 기가와트시(GWh) 단위의 대규모 공정에서 수율을 손익분기점이 되는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2~3년이 걸립니다. SK온의 해외 전기차 배터리용 공장 진출 시점도 2019년으로 LG에너지솔루션 2012년, 삼성SDI 2015년보다 뒤쳐졌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신규 투자보다는 수율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내실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입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