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2호 코로나 백신, 끝까지 간다

SK바사 '스카이코비원' 외 6개 임상
국내외서 투약 완료…결과 분석 돌입

입력 : 2023-01-12 오후 4:08:34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산 백신 개발 열기는 여전합니다. 감염병 유행 장기화와 백신 접종률 증가로 개발을 중단한 곳들도 있지만 아직도 6개나 되는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생산시설 안동 L하우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검수하는 직원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국산 1호 백신 허가 6개월 뒤 6곳 임상 진행 중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허가를 받은 첫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였습니다. 이 백신은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돼 지난해 6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습니다.
 
스카이코비원은 허가 이후 국내 접종에도 활용됐으나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 허가가 갖는 의미는 상당합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해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허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자국화한 세 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척한 국산 코로나19 백신 여정에 동참한 곳은 모두 6개 기업입니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백신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해 △진원생명과학(011000)유바이오로직스(206650) △큐라티스 △아이진(185490)에스티팜(237690)셀리드(299660) 등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 승인 현황. (자료=식약처)
개발 플랫폼 다양…속속 투약 마치고 결과 도출 준비 중
 
식약처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승인 현황을 보면 후보물질의 개수는 적지만 플랫폼은 다양합니다. 여기서 플랫폼은 백신의 성격을 결정하는 개발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기업별 백신 플랫폼과 진행 상황을 살펴보죠.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 'GLS-5310'으로 지난 2020년 12월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습니다. D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발현시킬 수 있는 DNA를 체내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 허가받은 백신으로는 인도에서 개발된 '자이코브-디'가 있습니다. 지금 진원생명과학은 피험자 모집과 투약을 모두 마치고 중간 분석을 진행 중입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입니다. 이 회사는 '유코백-19'로 2021년 1·2상을, 작년에는 3상을 승인받았습니다. 두 임상은 모두 기초접종 목적입니다. 작년 말 승인받은 1·2상은 유코백-19를 부스터샷으로 쓰는 임상입니다. 유코백-19는 재조합 백신 또는 합성항원 백신으로 분류됩니다.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사람 몸에 넣는 방식입니다. 같은 플랫폼을 거쳐 개발된 백신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노바백스 백신 등이 있습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콩고민주공화국과 필리핀에서도 임상 3상을 마치고 수출용 허가를 노리고 있습니다.
 
큐라티스와 아이진, 에스티팜은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mRNA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핵산(RNA) 형태로 투여하는 게 특징입니다.
 
먼저 큐라티스는 2021년 7월 'QTP104'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작년 대상자 등록과 투약을 완료했습니다. 현재는 임상 참여자 추적 관찰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최종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르면 올해 나올 전망입니다.
 
아이진은 큐라티스보다 조금 늦은 2021년 8월 말 'EG-COVID'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습니다. 아이진은 우리나라와 호주에서 임상을 나눠 진행했는데 국내 임상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호주 임상은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이진은 1상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한 뒤 현재 2a상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에스티팜은 작년 3월 말 'STP2104'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임상을 진행 중이던 작년 11월에는 해외 학회에 참가해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마지막 남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는 셀리드입니다. 셀리드의 후보물질 'AdCLD-CoV19-1 OMI'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입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하는 플랫폼입니다. 셀리드가 다른 회사들과 다른 점은 코로나19 백신을 기존 우한주가 아닌 오미크론 변이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셀리드는 지난해 8월 1/2상을 승인받아 1상 피험자 20명 모집을 완료하고 2상 피험자 300명 중 약 80%를 채웠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끝까지 간다"…도착지는 정식 품목허가
 
만약 모든 코로나19 백신 개발사가 지금 진행 중인 임상을 잘 마무리하고 3상까지 가거나 도중에 상용화를 노린다면 긴급사용승인보다는 정식 품목허가 과정을 밟을 듯합니다.
 
긴급사용승인은 코로나19처럼 감염병 유행으로 궁종보건 위기가 닥쳤다고 판단될 경우 질병관리청장이 필요한 자료를 모아 식약처장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 주로 대상인데, 팬데믹 초기 국내 도입된 백신들도 긴급사용승인을 거쳤습니다.
 
정식 품목허가는 긴급사용승인과 달리 백신 개발사가 직접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을 밟습니다. 식약처는 자료를 받은 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자문검증단-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위원회 등의 3단계 자문 절차를 거칩니다. 이 중 일부 절차는 식약처 판단에 따라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곳들의 기본 방침은 "끝까지 간다"입니다. 물론 내부 또는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임상개발 중단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백신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어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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