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MBC가 보도했다. (사진=MBC 유튜브 채널 캡처)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이 전방위적 설득 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윤핵관 내부에서는 혹시라도 윤 대통령의 순방리스크가 벌어지면 전당대회 판세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의 초청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입니다. UAE 방문 이후 오는 17일에는 스위스로 이동해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하는데요. 이 기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또 19일에는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협력 구상을 밝힐 예정입니다.
김기현 휴대전화 메모에 '나경원 미팅' 포착
이러한 상황에서 윤핵관 그룹은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설득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2일 친윤(친윤석열)계 단일 후보인 김기현 의원의 대구 행사에서 '나경원 미팅'(전화요)이라고 적힌 휴대전화 메모가 노출됐는데요. 이를 두고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에게 당대표 불출마 설득과 함께 자신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여권 인사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당대표 불출마 종용은 이전에도 있었는데요. 다만 최근에는 불출마 압박에서 설득하는 방향으로 다소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대표적 친윤계 인사인 이철규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비공식 면담한 것은 불출마 설득으로 분위기가 다소 바뀐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순방리스크 터질 땐 윤핵관 입지 좁아진다
윤핵관 그룹은 나 전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불출마하도록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벌어질 수 있는 논란거리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순방리스크가 발생하면, 바로 대통령 리스크로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순방리스크가 터질 경우, 윤 대통령의 리스크를 바로 떠안아야 하는 김기현 의원의 전당대회 판세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당까지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을 불 지피는 것에 대해서 분명히 부정적 여론이 있는데, 윤 대통령의 순방이 효과적이지 못하고 논란까지 빚는다면 수도권 2030세대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즉 이준석 전 대표의 독려와 권유를 통해서 당원으로 가입한 신진 당원들은 (김 의원에게) 상당한 거부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XX들" 비속어 논란…대표적 '순방리스크'
과거 해외순방 때도 윤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이뤄낸 성과들보다도 순방 과정 중 있었던 해프닝 또는 실수들이 더 부각된 적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에 갔으나 현지 교통사정 문제로 조문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같은 달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이 XX들", "쪽팔려서"라는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 날리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한 해외순방 때는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 논란이 일었는데요. 비속어 논란 당시 공동 취재진이 공유했던 영상을 MBC가 최초로 보도한 것에 대한 문제를 삼은 것이 원인이 됐습니다. 11월 순방 이후 열린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MBC 기자와 비서관의 설전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