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놓고 '나경원 대 친윤(친윤석열)계'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인데요. 나 전 의원은 친윤계를 향해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비판하자,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나 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진짜 친박근혜) 중심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나 전 의원이 언급한 진박감별사는 당시 총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었던 새누리당 내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말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당시 김무성 대표는 '진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가 ‘옥새파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내 갈등으로 인한 새누리당의 총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은 물론 과반이 되는 의석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2석을 얻으며, 원내 2당이 됐고, 민주당은 1석 차이로 원내 1당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성공적 국정을 위해서는, 소통과 중재, 조정과 이해가 필수다. 그래서 참모들의 융통성과 유연함이 중요하다"며 "윤석열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 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원과 국민들도 분명히 그 '팩트'를 알게 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 의원의 발언은 장제원 의원이 전날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대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한 데 따른 반응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28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내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장 의원은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을 겨냥해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비판한 나 전 의원에게 역공을 펼친 것인데요. 장 의원은 "저는 '제2의 진박감별사'가 결코 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개인의 욕망이 전체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는 철학자 마키아 밸리의 말을 인용하며 비판했는데요. 그는 "대의명분 앞에 개인의 욕망이 설 자리는 없다"며 "대한민국이라는 팀이 지든 말든,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든 없든지 간에, '꼭 내가 당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 '스타가 되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을 비롯해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견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영화 '나홀로 집에'의 아역 주인공과 나 전 의원의 얼굴을 나열한 뒤 '羅(나)홀로 집에!'라는 자막을 단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그는 지난 13일에는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 그래서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친윤계 배현진 의원도 전날 박 의원과 같은 사진을 영화 '나홀로 집에' 사진이 게시된 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羅(나)홀로 집에' 어쩌다 이 지경.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친윤계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누구나 참여하는 아름다운 경쟁이 아니라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며 "전당대회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그는 "당의 중요한 자산을 배척하는 전당대회가 안 된다"며 나 전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는데요. 안 의원은 "당이 분열하는 전당대회가 되면 안 된다"며 "공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전당대회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