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우리의 형제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언제부터 'UAE'가 우리의 형제 국가였는지 갑자기 의문이 드는 발언인데요. 때문에 '한-UAE' 비밀군사협약' 논란도 다시 불거졌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UAE와 맺은 군사 분야 협약에서 UAE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의 존재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요. 당시 이면합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실제 이런 조항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지만, 이명박정부는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윤 대통령이 'UAE는 형제국'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사실상 UAE와 맺은 비밀협약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김종대 전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한-UAE 비밀군사협약에 대해 "당시 외교부 조약국과 법제처 관계자들이 직을 걸고 강력히 반대했던 협약이었다"며 "협약에 따르면 UAE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대한민국은 국군을 파병한다는 자동개입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없는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간 이 협약으로 인해 한국은 졸지에 UAE의 비밀 동맹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의 비밀군사협약을 염두에 두고 "UAE의 적은 이란", "UAE는 형제국"으로 발언했다는 겁니다. 김 전 의원은 "사실 이 비밀군사협약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UAE와 형제국이라는 표현은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비밀군사협약의 실체는 이명박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협약에 참여했던 김태영 장관의 중앙일보(2018년 1월9일) 인터뷰에서 일부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협약 내용 중 UAE의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에 대해 "그렇게 약속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한-UAE군사 동맹이 한미동맹, 미일동맹보다도 상위동맹이라는 의미입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는 자동개입조항이 없습니다.
다만 UAE 유사시 한국군의 자동개입은 국회의 비준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이를 동의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파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요.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유사시 파병을 전제로 한 이런 비밀협약 자체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는 점을 더더욱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도 UAE와의 비밀군사협약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2017년 11월 문재인정부 초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비밀군사협약 수정을 위해 UAE를 방문했지만, UAE 왕실에서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음해인 2018년 1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자격으로 UAE를 직접 찾았고, 두 달 뒤인 3월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면서 논란은 잦아들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