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9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면 북한의 도발이 상시화될 겁니다. 또 한미 연합 훈련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7차 핵실험의 명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뉴스토마토>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얘기한 것은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든 것"이라며 "군사합의를 놔둬야 이를 근거로 북한을 국제적으로도 한국에 명분이 생기는 것인데, 괜히 북한의 핵실험 명분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군 소령 출신인 그는 안보전략(북한과 이스라엘의 생존전략: 포위심성의 적용)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국방부에서 장관 정책보좌관과 대변인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입니다.
부 전 대변인은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엔군 사령부의 교전 규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할 발언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는데요. 그는 "교전 규칙은 적에게 대응하는 한편으로 확전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26일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이전'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비행금지구역이 축소됐고, 경고사격을 준비할 구간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기존 청와대에서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응했더라면 경고방송, 경고사격, 격추사격 순으로 군 전력이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부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입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9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핵 전력을 한미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동으로 연습한다고 하는 것의 수준을 어떻게 봐야 되겠나.
전략자산 전개 수준에 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토의 핵 공유라는 것은 핵무기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공유하고 공동기획한다는 의미는 아니거든요. 핵 발사 코드를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비국 대통령으로부터 비밀 코드가 오면 그것에 맞춰서 유럽 현지에 있는 5개국(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튀르키예) 6개 미군 부대에 전술핵이 배치가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코드를 받아서 전술핵 B-61에다 이거를 입력하는 과정이 또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전술핵을 유럽 국가들이 갖고 있는 항공기에 실어서 목표물을 공격하는 그런 개념입니다. 전략자산 자체가 미국의 고유 권한이다 보니, 우리가 마음대로 뭔가 할 수는 없고 요청은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에서 미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술핵·전략자산 '배치' 표현 안 돼, 개념상 '전개'가 맞다"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도, 실질적으로는 핵잠수함, 항공모함의 한반도 주변 상시 배치를 목적으로 해서 발언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하는데.
대통령실은 그렇게 변명을 대는 거죠. 전술핵, 전략자산 '배치'라는 표현을 쓰면 안 돼요. 배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결국은 주둔의 개념이거든요. 개념적으로 '전개'가 맞습니다. 배치와 전개의 개념을 혼용하고 있는 거예요.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핵 배치라는 것은 운영에 있어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득보다는 실이 많죠. 돈도 많이 들어가고 관리하는 데 안전 문제도 있고 그 다음에 중국과 러시아의 타깃이 될 것이고요. 그래서 문재인정부에서는 배치보다는 전개 요청을 했던 것이죠. 애초에 안보 관계관들은 이런 배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100배, 1000배 응징은 교전규칙 위배"
-윤 대통령이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 응직 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북한의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는데.
국제적으로 자위권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위관 행사에는 3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우선 임박성. 북한이 우리를 곧 공격할 것이다, 명확한 징후를 갖고 있다는 게 임박성이죠. 그 다음에 필요성. 이건 맞대응으로 가야 된다, 무기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 필요성입니다. 또 하나는 비례성이죠. 상대가 한 발 쏘면 우리도 한 발, 그래야 확전이 안 되잖아요. 물론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우리는 충분성을 하나 더 가져왔죠. 상대가 한 번 공격하면 우리가 3배로 공격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한국은 충분성이라는 하나가 더 있어요. 그런데 엄격히 말하면 이건 유엔의 정신에 위배되는 거죠. 2020년 5월에 북한이 제3보병사단 감시초소(GP)에 고사총 총격을 가했을 때 우리가 30발로 대응했죠. 유엔사에서는 양쪽 다 정전협정 위반이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100배·1000배 응징하겠다는 것은 유엔 헌장, 국제 규범에 위배되는 겁니다. 유엔사의 교전규칙에도 위배되는 거죠. 교전규칙은 결국 확전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상대가 한 발을 쐈기 때문에 우리도 한 발을 쐈다면 이건 확전이 될 가능성이 적은 거잖아요. 그런데 한 발 쐈는데 이쪽에서 10발 쏘면 단계적으로 확전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이 할 발언은 아닙니다.
지난해 1월2일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북 심리전에 말려든 것"
-북한이 9·19 군사합의 문구를 의식하면서 도발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은 교묘하게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조항을 준수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해상완충구역은 해군에 대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은 해군이 아닌 지상군이 그쪽으로 쐈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가 만약에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나.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면 북한의 도발이 상시화될 겁니다. 또 한미 연합훈련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7차 핵실험의 명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사실상 이번에 북한의 무인기가 들어오면서 사실상의 9·19 군사합의는 파괴됐습니다. 군사합의가 무력화된 거죠. 그런데 대통령실에서는 효력 정지 얘기를 해요.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든 것이라고 봐요. 9·19 군사합의는 그냥 놔두면 돼요. 국제적으로 명분이 생기는 것인데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효력 정지는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든 거죠.
"대통령실 이전으로 비행금지구역 축소, 무인기 대응 때 이빨 하나 빠진 것"
-대통령실이 만약에 청와대에 있었다면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해 달리 대응할 수 있었을까.
청와대에 있었다면 상당히 달랐을 거예요. 비행제한구역(R-75)과 비행금지구역(P-73)이 있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가장 멀리있는 바깥쪽 구역이 R-75에요. 우선 북한의 무인기가 R-75로 들어오면 경고방송을 하게 됩니다. 이어 P-73은 알파와 브라보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8.3km 동심원인 P-73 브라보 안으로 들어오면 경고사격을 하고, 반경 3.7km인 P-73 알파 안까지 들어오면 격추사격을 하고요. 그런데 용산에 대통령실을 두고 여기에서 반경 8.3km를 그려보세요. 서울 강남 지역 다 걸리게 됩니다. 상용화하려는 항공 택시부터 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브라보(반경 8.3km 비행금지구역)를 없애 버렸죠 그래서 이번 무인기 대응할 때도 브라보가 없어지면서 경고사격을 준비할 구간이 하나 축소됐고, 이빨이 하나 빠져버리니 우왕좌왕하게 된 겁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9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무인기는 무인기로 잡는 게 아니다"
-무인기로 한 번 우리가 시험을 치렀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북한이 또 다른 방식으로 또발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드는데.
일단 무인기 건은 우리의 치부를 보여준 것 같아요. 북한이 이제 이런 류의 공격, 침범을 상당히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에서는 선제타격, 킬체인, 3축 체계를 엄청 강조했지만 이번 무인기 5대에 농락당했잖아요. 쉽게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되는 문제에요.
-미국이나 러시아가 우리보다 무인기 탐지 능력이 우리보다 나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무인기는 워낙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파 차단 장비를 이용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설정하면 위성과 차량 내비게이션 간에 전파 통신이 이뤄지잖아요. 전파 차단 기기는 그것을 자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들도 무인기가 들어와서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서 격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레이저 빔 같은 것을 사용합니다. 레이저 빔 같은 경우는 낙탄이 없잖아요. 저는 무인기 드론 부대를 창설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잠수함이 잠수함을 못 잡듯이 무인기가 무인기 못 잡아요. 무인기가 고도 3km에 속도 100km/h로 날아가면 어디 있는지 알고 드론을 날려 보내나요?
대담=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정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