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필요한데…중기부 "온누리 지류→모바일 교환, 상인 불편 초래"

온누리상품권, 종이를 모바일로 전환 불가
전환 마친 지류 상품권 판독 어렵다는 이유
“시스템 개발과 판독기 보급 대비 실익 없어”
백화점은 지류 상품권 방문 또는 우편 교환

입력 : 2023-01-20 오전 6:00:1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명절 선물 중 하나인 상품권은 산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릅니다. 그러니 주고 받는 사람의 결제 방식도 종이와 디지털로 나뉘는 경우가 많지요. 주요 백화점도 종이 상품권의 전자 화폐 전환(권종 간 전환)을 지원합니다. 현대백화점 상품권은 H포인트,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L포인트나 모바일 상품권으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은 SSG머니나 인터넷면세점 전환금으로 전환 가능합니다.
 
백화점에서 지원하는 권종 간 전환은 어째서 온누리상품권에서 지원하지 않을까요. 정부는 시장과 백화점 환경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디지털 화폐 전환이 끝난 종이 상품권을 시장 상인들이 판독하기 어렵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은 디지털 전환으로 가치 없어진 지류 상품권을 판독할 수 없다"며 "사용 가능한 상품권 여부를 판독할 기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상인과 소비자가 혼란을 겪기 때문에 못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직원 여럿이 손님에게 설명하고 판매하는 대형 마트와 달리 시장은 1인 상점이 대부분"이라며 "손님 여럿이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하는데 일일이 지류권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외려 상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일 대구은행 대구 중구청 지점에서 열린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촉진 행사'에서 시민들이 이날 구매한 온누리상품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현금으로 5~10% 할인 구매 가능하고 전통시장 및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관련 체계 개발과 투자 등 노력에 비해 얻을 실익이 적다는 판단도 배경입니다. 이 관계자는 "점포마다 그걸(디지털 전환이 끝난 지류 상품권을)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게, 예산 투입 대비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도 서로의 이익이 비교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젊은 세대의 시장 이용 편의를 위해 권종 간 전환 도입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중기부 측은 "QR코드 방식과 카드 방식으로 새로운 디지털 방식의 상품권을 출시하고, 그것을 보급하기 위해 무선단말기 보급 등 다양한 지원들을 시장에 하고 있다"며 "물론 권종 간 교환도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가치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기적으로 시장의 디지털화가 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때 고려해 볼 상황이나, 현실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상인들의 근무 여건과 예산 측면에서 들이는 비용 대비 실익은 무척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기부 측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의 관리 범위가 넓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약 1400개 시장에 20만 개 점포가 있는데 판독기를 전부 보급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유통가에서는 상품권 위변조 예방을 위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권종 간 전환 자체는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화점들은 종이 상품권을 백화점 내 상품권데스크에서 직접 포인트로 교환해주거나 우편을 통한 전환 신청 접수 등으로 위변조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같은 경우 위변조 문제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권종 간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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