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대 메디톡스 6년 균주전 결론 D-7

내달 1일 국내 민사 소송 선고기일 확정
형사 불기소처분…미국서 메디톡스 기선

입력 : 2023-01-26 오전 6:00:00
메디톡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왼쪽)와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메디톡스, 대웅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대웅제약(069620)메디톡스(086900)가 약 6년간 이어온 법정 분쟁의 결과가 일주일 뒤 가려집니다. 예정대로라면 작년 말 나왔을 소송 결과가 해를 넘기게 된 것인데, 양쪽 입장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균주 훔쳤냐 아니냐…6년을 끌어온 균주전
 
서울장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다음달 1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불러모아 두 기업 간의 민사 소송 결론을 냅니다. 핵심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쳐갔는지의 판단 여부입니다. 
 
재판 결과를 가릴 핵심은 간단하지만 두 회사의 갈등 역사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시작은 2016년입니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하기 앞서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 토양에서 자체 발견한 균주로 나보타를 만들었다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져나갔습니다. 메디톡스가 의혹 제기 이듬해인 2017년 민형사 소송을 낸 것이죠. 메디톡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에서도 대웅제약과의 법정 다툼을 이어갔습니다.
 
갈등 씨앗 보툴리눔 균 뭐길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국내 민형사, 미국 소송 진행 상황을 톺아보기 전에 보툴리눔 균이 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보툴리눔 균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의 이동을 막아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균입니다. 뇌가 근육을 움직이려 할 때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는 원리죠. 이 균으로 만든 제품이 흔히 말하는 '보톡스'입니다. 사실 보톡스는 엘러간이라는 기업이 만든 제품 이름인데 보툴리눔 톡신 대신 일반명사처럼 자리잡았죠.
 
보툴리눔 균은 자연 상태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벌꿀이나 부패한 통조림, 심지어 야생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종류에 따라 사람이나 동물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야생균과 화학합성물을 포함한 균, 독소의 위험성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하다는 뜻인데, 보툴리눔 균의 평균 치사량은 0.0003㎍/㎏입니다. 파상풍균(0.002㎍/㎏), 복어 독(10㎍/㎏), 화학합성물 VX(15㎍/㎏)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치사율이죠.
 
이렇게나 위험한 독인 만큼 국제사회는 1975년 '생물무기 금지협약'을 제정하고 보툴리눔 균의 국가 간 이동을 매우 까다롭게 제한했습니다. 보툴리눔 균이 생물무기 테러에 쓰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독소별 평균 치사량. (표=뉴스토마토)
 
국내 형사 불기소처분…미국선 메디톡스 승기
 
자, 그럼 이제 국내외에서 진행된 소송 진행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국내 형사는 대웅제약 쪽으로, 미국 소송은 메디톡스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검찰은 작년 2월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고발한 형사 소송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을 도용했다는 증거를 포착할 수 없어 기소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놓은 겁니다. 메디톡스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는 메디톡스의 소장을 받고 양쪽 증거를 살펴본 뒤 2020년 12월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한다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ITC가 메디톡스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물론 대웅제약이 항소 절차를 밟았는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합의하면서 ITC 결론은 무의미해졌습니다. 3자간 합의에 따라 나보타는 미국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우리가 이긴다"
 
다시 민사 소송으로 돌아오죠. 재판부는 당초 작년 12월16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약 두 달 뒤인 다음달 1일로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법원은 연기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고, 소송 당사자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들은 바가 없다고 합니다.
 
메디톡스가 민사 소송에서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501억원입니다. 당초 11억원이었는데 변론기일에서 금액을 대폭 늘린 겁니다.
 
소송 일정만 달라졌을 뿐 양사 입장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지지 않는다는 확신은 갖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에선 "이번 민사에서도 형사 소송 당시 검찰의 불기소처분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 결과와 별개로 나보타 수출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출 국가를 확장할 것"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메디톡스는 법원에서 오랜 기간 동안 내용을 파악해 재판을 진행한 만큼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재판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측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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